회계 숫자는 객관적으로 보인다. 매출과 비용, 이익과 자산은 숫자로 기록되고 재무제표는 기업의 경영 성과와 재무 상태를 보여준다. 그러나 그 숫자를 만드는 것도, 해석하고 사용하는 것도 사람이다. 같은 회계정보라도 어떤 판단과 의도가 개입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현실을 제대로 보여줄 수도 있고 때로는 현실을 가릴 수도 있다.
하야시 아츠무의 [캐쉬플로우] 시리즈는 이러한 회계의 두 얼굴에서 출발한다. 회계 원리와 계산 방법을 차례대로 가르치기보다 위기에 빠진 기업과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회계가 실제 경영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회계 노하우나 전문적인 영문 용어의 설명보다 이야기 형식을 통해 회계의 본질과 경영에서의 활용을 전달하고자 했다. 회계는 특정 부서나 전문가만의 업무가 아니라 회사의 모든 활동과 연결되어 있으며, 기업을 경영하는 데 필요한 중요한 판단 도구라는 생각이 이 시리즈의 바탕에 놓여 있다.
기업의 이야기 속에서 회계를 배우다
회계의 개념과 원리를 아는 것과 그 지식을 실제 경영에 적용하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다. 재무제표의 구조와 회계처리 방법을 배웠다고 해서 기업에서 숫자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그 숫자를 경영자가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까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은 아니다.
[캐쉬플로우]는 이 간극을 기업소설이라는 형식으로 메운다. 이야기의 무대는 경영난에 빠진 전자부품 제조사 제이피다. 주인공 단 다츠야는 회사가 처한 문제와 부딪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회계를 이용해 기업을 다시 일으키려 한다. 독자는 그의 경험을 따라가며 기업에서 사건이 발생하고, 사람들이 판단하고 행동하며, 그 결과가 회계 숫자에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살펴보게 된다.
작품에 등장하는 부정회계 역시 단순히 이야기에 긴장감을 더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저자는 작품에 등장하는 부정의 방법을 실제 사건을 토대로 구성했으며, 순환거래의 사례에는 자신이 회계사로 일하면서 경험한 내용도 반영했다고 설명한다. 많은 회계부정이 처음부터 악의를 가지고 계획되기보다 평소 업무나 나빠진 실적을 만회하려는 행동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 저자가 강조하는 현실적인 문제다.
회계를 소설로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어려운 회계를 쉽게 배운다기보다 숫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기업과 사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함께 이해한다는 의미다.
1권 [거짓숫자의 함정] - 숫자 뒤의 기업을 읽다
1권 [거짓숫자의 함정]은 회계 숫자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가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기업의 재무제표에는 경영 활동의 결과가 숫자로 나타난다. 숫자는 기업의 상태를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정보이지만 기업의 모든 현실을 그대로 담지는 못한다. 회계 수치에는 여러 사람의 판단과 의도가 반영될 수 있으며, 때로는 특정한 목적에 따라 조작될 수도 있다. 저자가 “회계 수치를 그대로 믿지 마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이 책에서 중요한 것은 부정회계의 방법을 알아내는 것만이 아니다. 기업의 실적을 좋게 보이게 하려는 압박과 업무 현장의 판단이 어떻게 숫자를 왜곡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 속에서 확인하는 과정에 더 큰 의미가 있다. 회계 숫자에 문제가 생겼다면 숫자 자체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숫자가 만들어진 기업의 상황과 사람들의 행동까지 살펴야 한다.
따라서 [거짓숫자의 함정]이 보여주는 회계의 핵심은 계산보다 해석에 가깝다. 숫자가 무엇을 보여주는지 확인하는 동시에 무엇을 보여주지 못하는지 살피고, 그 숫자가 어떤 과정과 판단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이해해야 기업의 현실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2권 [현금순환의 기적] - 이익에서 기업의 생존으로
2권 [현금순환의 기적]에서는 숫자를 읽는 문제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그 숫자를 가지고 기업을 어떻게 경영할 것인지로 논의가 확장된다. 그 중심에는 ‘이익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가 놓여 있다.
이 작품의 온라인 연재가 시작된 것은 2008년 8월이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고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본격화되었다. 저자는 호황기에는 쉽게 드러나지 않았던 이익의 본질과 기업경영의 문제를 이러한 현실 속에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야기 속 제이피 역시 수요 감소와 금융기관의 대출 제한이라는 어려운 상황을 맞는다. 단 다츠야는 눈앞의 이익을 만들어내는 경영에서 벗어나 불황 속에서도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경영을 모색한다. 저자는 이 과정을 통해 이익을 단순히 매출에서 비용을 뺀 결과나 부의 증가로만 이해하는 관점에서 벗어나 경영과 관리회계의 의미를 함께 생각하도록 이끈다.
현금흐름은 이 문제를 이해하는 중요한 관점 가운데 하나다. 회계상 이익이 발생하더라도 기업의 활동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현금이 순환해야 한다. 그러나 [현금순환의 기적]이 말하는 이익의 의미를 단순히 ‘이익보다 현금이 중요하다’는 결론으로 축소하기는 어렵다. 책은 불황이라는 경영환경 속에서 이익과 현금, 기업의 활동과 생존을 함께 바라보며 경영이 무엇인지, 관리회계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이렇게 두 권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1권이 숫자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다룬다면, 2권은 그 숫자를 경영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로 나아간다. 숫자의 진실을 살피는 데서 시작한 이야기가 결국 기업을 어떻게 경영할 것인가라는 문제로 확장되는 것이다.
숫자를 읽는 회계에서 기업을 경영하는 회계로
두 권을 관통하는 저자의 생각은 회계가 그 자체로 완결되는 지식이 아니라 경영을 위한 도구라는 것이다. 회계정보를 정확하게 만들고 회계기준에 맞게 처리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렇게 만들어진 정보가 기업의 현실을 이해하고 더 나은 경영 판단을 내리는 데 사용되지 못한다면 회계가 경영에서 담당해야 할 역할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저자가 “경영에 적용할 수 없는 관리회계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회계 숫자만으로 기업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도 없다. 경영자는 숫자와 함께 사업의 상황, 시장과 고객, 조직과 사람을 살펴야 한다. 회계는 이러한 현실을 판단할 수 있도록 기업의 활동을 숫자로 보여주는 중요한 수단이며, 숫자를 실제 경영과 연결할 때 비로소 그 기능이 살아난다.
이 점에서 [캐쉬플로우]는 회계를 배우는 책인 동시에 경영에서 회계를 어떻게 생각하고 사용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회계 지식을 기업의 현실과 연결하고, 숫자를 경영 판단으로 이어가는 과정이 두 권의 이야기를 관통한다.
숫자 뒤의 기업을 이해한다는 것
[캐쉬플로우]에는 부정회계와 세계 금융위기, 기업의 자금난처럼 작품이 쓰인 당시의 현실이 깊게 반영되어 있다. 시대와 경영환경은 달라졌지만 책이 다루는 근본적인 문제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기업은 여전히 매출과 이익, 비용과 현금흐름을 숫자로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중요한 판단을 내린다. 투자자와 금융기관을 비롯한 외부 이해관계자 역시 기업이 제시하는 숫자를 통해 기업의 상태와 가치를 판단한다. 숫자의 중요성이 커질수록 그 숫자가 어떤 과정에서 만들어졌고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이해하는 능력도 중요해진다.
[캐쉬플로우]가 오래된 회계 지식을 다시 설명하는 책에 머물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회계제도와 경영환경이 달라지더라도 숫자를 만드는 것은 사람이고, 그 숫자를 해석하고 경영에 사용하는 것도 사람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기업 역시 숫자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 책은 회계의 공식과 원리를 이야기 속에서 쉽게 전달하면서 그 너머를 바라보게 한다. 숫자를 읽고, 숫자가 만들어진 배경을 살피고, 그 숫자를 실제 기업의 판단과 연결하는 과정이다. [캐쉬플로우]가 소설을 통해 독자에게 전하려는 회계의 감각도 여기에 있다.
회계 숫자를 읽는다는 것은 숫자를 계산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그 숫자 뒤에서 움직이는 기업과 사람을 함께 이해할 때 회계는 비로소 경영을 위한 도구가 된다. © 연암사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