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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이기심만으로 움직이는가


우리는 시장에서 수많은 사람과 연결되어 살아간다. 아침에 마시는 커피에서 자동차와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일상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상품과 서비스는 서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필요와 이익을 좇아 생산하고 거래한 결과다. 누구도 이 거대한 과정을 하나하나 지시하지 않지만 시장에서는 가격과 경쟁, 선택을 통해 수많은 경제활동이 조정된다.

그렇다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시장에서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기업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사회에 어떤 의미가 있으며, 시장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정부는 어디까지 개입해야 할까.

러셀 로버츠의 [보이지 않는 마음(The Invisible Heart)]은 이러한 경제학의 오래된 문제를 경제이론서가 아니라 소설로 풀어낸 책이다. 워싱턴 D.C.의 사립학교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샘 고든과 문학을 가르치는 로라 실버가 서로에게 끌리면서 벌이는 논쟁을 따라가다 보면 기업의 목적과 책임, 경쟁, 소비자 보호, 복지와 자선, 화폐가치와 인플레이션, 정부 규제와 경제정책 같은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으로 들어온다. 저자 러셀 로버츠 역시 이 책이 경제와 기업, 공공정책을 소설의 형식으로 바라보는 작품이라고 소개한다.

경제학자와 문학 교사가 사랑에 빠지다

샘과 로라는 같은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상당히 다르다. 샘은 자유시장경제를 신뢰한다. 기업이 이익을 추구하고 사람들이 자신의 선택에 따라 거래하며 기업들이 경쟁하는 과정에서 사회에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좋은 의도로 시장에 개입하더라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

문학을 가르치는 로라는 다른 곳을 바라본다. 시장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사람만큼 그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관심을 갖는다. 기업의 이익 추구가 소비자와 노동자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을 우려하고, 시장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에서는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원서의 공식 소개 역시 두 사람을 자유시장과 정부 규제를 둘러싼 서로 다른 시각을 대표하는 인물로 제시한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면서도 경제와 사회를 둘러싼 문제에서는 끊임없이 부딪친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경제학은 바로 이 대화와 논쟁 속에서 전개된다.

이러한 구성은 단순히 경제학을 쉽게 설명하기 위한 장치에 머물지 않는다. 독자는 샘의 설명을 따라가면서 시장경제가 작동하는 원리를 이해하는 동시에 로라가 제기하는 의문을 통해 시장의 한계와 기업의 책임, 정부의 역할을 함께 생각하게 된다.

시장은 어떻게 사람들을 연결하는가

[보이지 않는 마음]에서 샘이 설명하는 시장은 사람들이 돈만을 좇아 경쟁하는 공간이 아니다. 시장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경쟁하는 기업이 있다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가격과 품질, 서비스를 끊임없이 개선해야 한다. 이익을 추구하는 개인과 기업의 행동이 가격과 경쟁이라는 시장의 과정을 거치면서 다른 사람의 필요와 연결된다.

여기에는 애덤 스미스 이후 시장경제를 설명해온 중요한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시장은 모든 사람이 서로를 알고 배려해야만 작동하는 체제가 아니다. 서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교환과 가격, 경쟁을 통해 협력할 수 있다.

하지만 로버츠는 이러한 경제 원리를 추상적인 모형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샘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로라와 대화를 나누는 일상의 장면을 통해 독자가 경제적 사고방식을 따라가도록 한다. 실제로 이 책은 소비자 보호, 복지와 자선, 아웃소싱, 기업의 사회적 책임, 경쟁의 역할 등 경제학과 공공정책에 걸친 다양한 주제를 이야기 속에서 다룬다.

경제학을 소설로 읽는다는 이 책의 특징은 여기서 분명해진다. 경제 개념을 외우기보다 하나의 정책이나 선택이 사람들의 행동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그 결과가 다시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시장의 자유와 사회의 책임 사이에서

그렇다고 [보이지 않는 마음]이 시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책으로 읽혀서는 곤란하다. 샘과 로라의 논쟁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샘이 시장과 경쟁이 만들어내는 질서를 설명한다면 로라는 그 과정에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소비자와 노동자를 바라본다. 시장에 맡기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있다면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다.

소설에는 두 사람의 연애 이야기와 별도로 정부 감독기관의 책임자가 기업 경영자의 문제를 추적하는 이야기도 전개된다. 시장과 기업, 규제와 기업 책임을 둘러싼 문제가 샘과 로라의 지적인 논쟁에만 머물지 않고 또 하나의 서사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보이지 않는 마음]에서 중요한 것은 샘과 로라 가운데 누가 모든 문제에서 옳은지를 가리는 데 있지 않다. 두 사람이 같은 경제현상을 서로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과정을 통해 독자는 시장이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지, 정부의 개입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기업의 이익과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를 함께 생각하게 된다.

경제학은 이 과정에서 숫자와 그래프를 다루는 학문을 넘어 사람들이 선택에 반응하고 그 선택들이 서로 연결되면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를 이해하는 하나의 사고방식으로 다가온다.

‘보이지 않는 손’에서 ‘보이지 않는 마음’으로

책의 제목 [보이지 않는 마음]은 자연스럽게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떠올리게 한다. [보이지 않는 마음]에서 ‘마음’은 시장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오직 타인을 위한 선의로 행동한다는 의미로 이해하기보다, 자유로운 경제활동 속에서도 인간의 선택과 관계, 책임과 배려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문제와 연결해 읽을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더 낫게 만들기 위해 일하고 소비하고 거래한다. 동시에 가족을 돌보고, 다른 사람을 돕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시간과 돈을 사용한다. 시장에서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사람과 시장 밖에서 도덕적 판단을 하는 사람이 서로 다른 존재인 것은 아니다.

[보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제목은 그래서 시장경제를 단순히 돈의 논리로만 바라보는 관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한다. 시장을 움직이는 가격과 경쟁의 배후에는 선택하고 판단하고 관계를 맺는 사람이 존재한다.

자본주의를 이해한다는 것

[보이지 않는 마음]이 처음 출간된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연암사는 이 책을 2017년 우리말로 출간했다. 국내판은 러셀 로버츠가 쓰고 김지황이 번역했으며, 자본주의와 자유시장경제의 원리를 로맨스 소설의 형식으로 설명하는 경제 교양서로 소개되었다.

책이 처음 나온 뒤 경제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그러나 시장과 정부의 관계, 기업의 이익과 사회적 책임, 소비자와 노동자 보호, 경쟁과 규제를 둘러싼 논의는 여전히 경제와 사회를 이해하는 중요한 문제로 남아 있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현재적 가치는 이러한 문제에 하나의 간단한 정답을 제공하는 데 있지 않다. 시장경제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거나 막연하게 비판하기 전에 시장이 실제로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살펴보게 한다는 데 있다. 자유로운 선택과 경쟁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이해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정부와 규제가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도 함께 생각하게 한다.

무엇보다 이 책은 경제학을 우리 삶에서 떨어져 있는 전문지식으로 남겨두지 않는다. 샘과 로라가 사랑하고 논쟁하며 서로의 생각을 이해해가는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독자는 우리가 매일 참여하고 있는 시장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보이지 않는 마음]은 시장을 움직이는 원리를 설명하는 경제소설인 동시에 그 시장을 움직이는 사람이 어떤 존재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자본주의를 이해한다는 것은 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아는 것만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선택하고 서로 연결되는지를 이해하는 일이기도 하다. © 연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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