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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하는가의 문제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어른이 된다. 그러나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삶에서 마주하는 문제를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하는지까지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을 한다. 자신의 이익을 먼저 생각해야 할 때도 있고 다른 사람의 입장을 고려해야 할 때도 있다. 잘못된 행동이라는 사실이 분명한 경우도 있지만, 무엇이 더 나은 선택인지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도 있다.

왕따, 직장 내 갑질, 차별과 혐오 같은 문제도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이러한 문제는 특별한 누군가의 행동으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사람들이 어떤 태도를 취하고 어떤 선택을 하는가와 연결되어 있다.

김혜영 저자의 [이제 좋은 어른이 될 시간]은 이러한 일상의 문제에서 윤리가 왜 필요한지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윤리를 어렵고 추상적인 철학에 머물게 하지 않고, 우리가 실제 삶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의 문제로 가져온다.

어른에게는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어른이 되면서 달라지는 것 가운데 하나는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해야 하는 일이 많아진다는 점이다. 누군가 정해준 답을 따르는 것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 늘어난다. 자신의 선택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그 선택의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할 때도 있다. 문제는 우리가 이러한 판단을 충분히 배우고 연습한 뒤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데 있다.

[이제 좋은 어른이 될 시간]은 ‘어쩌다 보니 어른이 되어버린’ 사람들에게 성찰과 공감, 윤리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제시한다. 책에서 윤리는 특별히 어려운 도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식에 머물지 않는다. 자신과 다른 사람의 관계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부당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생각하기 위한 기준이 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이 스스로 선택해야 하는 일이 많아지는 과정이라면, 윤리는 그 선택을 어떻게 할 것인가와 연결된다.

윤리는 일상에서 사용하는 판단의 기준이다

윤리를 어렵게 느끼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윤리를 철학적이고 추상적인 학문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윤리는 오랫동안 철학의 중요한 영역이었다. 그러나 윤리에 관한 지식이 실제 삶의 판단과 연결되지 않는다면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제 좋은 어른이 될 시간]은 이 거리를 좁히려 한다.

왕따나 갑질, 차별과 혐오처럼 일상과 사회에서 마주하는 문제는 윤리가 현실과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거부할지, 어디까지 침묵하고 언제 행동할지를 선택해야 한다.

이 책에서 윤리는 단순히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배우는 지식에 그치지 않는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살펴보고, 판단의 기준을 세우며, 그 기준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문제까지 포함한다. 윤리를 안다는 것과 윤리적으로 행동한다는 것 사이에는 이러한 실천의 과정이 놓여 있다.

윤리적인 사람은 손해 보는 사람인가

윤리에 대한 또 하나의 익숙한 생각은 윤리적으로 행동하면 현실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착하게 살면 손해 본다’는 말에는 윤리와 현실적인 이익이 서로 충돌한다는 생각이 담겨 있다. 윤리적인 사람을 착하고 순진하며 현실에 영리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보는 시선도 여기에서 나온다.

[이제 좋은 어른이 될 시간]은 이러한 등식에 문제를 제기한다. 이 책은 윤리를 자신을 희생하고 다른 사람의 이익만을 선택하는 태도로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윤리적인 판단이 자신을 보호하고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가는 데에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러한 관점은 윤리를 바라보는 방향을 바꾼다. 윤리와 자신의 이익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 자신과 다른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현실에서 어떤 판단이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윤리는 현실을 외면한 채 이상적인 행동만을 요구하는 규칙이 아니라 현실에서 더 나은 판단을 하기 위해 필요한 기준으로 제시된다.

자신의 입장에서 한 걸음 벗어나 생각하다

사람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상황을 바라본다. 같은 규칙도 자신에게 유리하면 합리적으로 느껴지고, 불리하면 부당하게 느껴질 수 있다.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상황에서는 판단의 기준 역시 흔들릴 수 있다.

[이제 좋은 어른이 될 시간]은 이러한 문제를 생각하기 위해 ‘무지의 베일’이라는 개념을 가져온다. 이 개념을 통해 책은 자신의 현재 위치와 이해관계만으로 판단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다른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보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윤리적 판단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자신의 선택이 다른 사람과 어떤 관계를 이루는지 살펴보고, 자신에게 익숙한 관점에서 한 걸음 벗어나 생각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성찰과 공감이 윤리적 판단과 연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윤리와 자신의 이익을 다시 생각하다

책에서 함께 제시하는 또 하나의 개념은 ‘이기적 이타주의’다. 이 표현은 얼핏 서로 어울리지 않는 두 개념을 결합한 것처럼 보인다. 이기심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태도이고, 이타주의는 다른 사람의 이익을 생각하는 태도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이제 좋은 어른이 될 시간]은 이 개념을 통해 윤리와 현실적인 삶의 관계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

윤리적인 행동을 언제나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는 희생으로만 이해할 필요는 없다. 자신과 다른 사람은 완전히 분리된 채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며, 우리가 어떤 관계와 사회를 만들어가는가는 자신의 삶과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의 이익과 다른 사람의 이익을 무조건 대립시키는 방식에서 벗어나 두 가지가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 윤리가 자신을 보호하고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문제와 연결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윤리는 알고 있는 것보다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윤리에 관한 개념을 알고 있다고 해서 실제 상황에서 언제나 윤리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왕따와 갑질, 차별과 혐오가 잘못된 행동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과 자신이 그러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가는 다른 문제다.

현실에서는 자신의 이해관계가 개입되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게 된다. 조직의 분위기나 익숙한 관행 때문에 문제를 알고도 지나칠 수도 있다. 바로 이 순간 윤리는 지식에서 행동의 문제로 이동한다. [이제 좋은 어른이 될 시간]이 강조하는 것도 윤리를 일상에 구체적으로 적용하고 실행하는 연습이다. 

성찰하고 공감하는 것, 자신의 판단 기준을 점검하는 것, 실제 상황에서 그 기준에 따라 선택하는 것은 한 번의 결심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일상에서 반복해서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익혀야 한다. 윤리가 학문에만 머물러서는 충분하지 않다는 책의 문제의식도 이와 연결된다.

좋은 어른은 선택을 통해 만들어진다

좋은 어른이 무엇인지를 하나의 기준으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제 좋은 어른이 될 시간]이 말하는 방향은 윤리다. 어른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나이를 먹고 경험을 쌓는 것만이 아니라 일상의 문제를 성찰하고, 다른 사람을 바라보며, 자신의 행동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갖추는 일이다. 그 기준으로 이 책이 제시하는 것이 윤리다.

윤리는 착한 사람이 되기 위해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는 규칙으로만 이해할 필요가 없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바라보고, 자신의 입장에서 한 걸음 벗어나 생각하며, 자신과 다른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현실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한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다.

결국 좋은 어른이 되는 일은 어느 순간 완성되는 상태라기보다 일상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가와 연결되어 있다.

[이제 좋은 어른이 될 시간]은 윤리를 어렵고 추상적인 학문의 영역에서 우리의 일상으로 가져오는 책이다. 어른이 된 우리가 자신과 다른 사람의 관계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좋은 어른이 되는 일은 거창한 선언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일상의 선택에서 윤리를 구체적으로 적용하고 실행하는 연습에서 시작된다. © 연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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