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투자에서 비용과 시간이 중요한 이유


투자자는 더 나은 수익을 얻기 위해 좋은 종목을 찾고 시장의 방향을 예측하려 한다. 전문가의 전망을 확인하고 새로운 정보가 나올 때마다 투자 판단을 다시 검토하기도 한다. 더 많은 정보와 더 빠른 판단이 더 높은 수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존 보글의 [뮤추얼 펀드 상식]은 투자에서 조금 다른 문제를 바라본다. 투자자가 시장에서 얻는 수익만큼이나 그 과정에서 부담하는 비용이 중요하며, 작은 비용의 차이도 오랜 시간 누적되면 최종적인 투자 성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뱅가드 그룹을 창립한 보글은 시장을 끊임없이 예측하고 더 좋은 투자 대상을 찾아 움직이는 대신, 비용을 낮추고 장기간 시장에 참여하는 투자 원칙을 강조한다. [뮤추얼 펀드 상식]은 인덱스 펀드를 중심으로 이러한 원칙이 왜 중요한지를 설명하는 책이다.

투자 수익에서 비용을 빼고 생각할 수 없다

투자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은 대개 수익률이다. 어떤 종목이 오를지, 어떤 산업이 성장할지, 어느 시점에 사고팔아야 할지를 판단해 더 높은 수익을 얻으려 한다. 존 보글은 투자자가 실제로 가져가는 수익을 이해하려면 수익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빠져나가는 비용도 함께 살펴야 한다고 강조한다.

펀드를 운용하는 데에는 운용보수와 각종 수수료가 발생하고, 빈번한 매매에도 비용이 따른다. 각각의 비용은 크지 않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투자 기간이 길어지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은 투자자의 최종 성과에 계속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관점에서 투자자에게 중요한 문제는 시장에서 얼마나 높은 수익이 발생했는가에만 있지 않다. 그 수익 가운데 비용을 제외하고 실제로 얼마가 투자자의 몫으로 남는지도 중요하다. 존 보글이 낮은 비용을 장기투자의 핵심 원칙으로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장을 이기려는 투자에는 비용이 따른다

시장보다 높은 수익을 얻으려면 어떤 종목이 앞으로 오를지 판단하고 적절한 매수와 매도 시점을 선택해야 한다. 시장 상황이 달라질 때마다 기존 판단도 다시 검토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의 행동은 자연스럽게 많아질 수 있다. 새로운 뉴스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가격이 빠르게 오르는 자산을 뒤따라 매수하거나 시장이 크게 하락했을 때 불안감 때문에 매도하기도 한다.

문제는 더 많은 판단과 거래가 반드시 더 높은 투자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데 있다. 거래가 늘어나면 그에 따른 비용도 늘어난다. 시장의 단기적인 움직임에 계속 대응하다 보면 처음 세웠던 장기적인 투자 원칙보다 눈앞의 가격 변화에 영향을 받기 쉬워진다.

존 보글은 투자자가 시장을 이기기 위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움직이는가보다 그 과정에서 얼마만큼의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지를 중요하게 바라본다. 투자자의 관심을 ‘어떻게 더 높은 수익을 만들어낼 것인가’에서 ‘시장이 만들어낸 수익을 어떻게 더 많이 지킬 것인가’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인덱스 펀드는 비용을 줄이는 투자 방식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보글이 제시하는 대표적인 방법이 인덱스 펀드다. 인덱스 펀드는 특정 종목을 골라 시장보다 높은 수익을 얻으려 하기보다 시장지수를 추종한다. 어떤 기업이 앞으로 크게 성장할지 계속 예측하고 선택하는 부담을 줄이고 시장 전체의 성과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보글이 인덱스 펀드에서 중요하게 보는 장점 가운데 하나는 낮은 비용이다. 적극적으로 종목을 선정하고 빈번하게 거래하는 과정을 줄이면 펀드 운용에 필요한 비용도 낮출 수 있다.

겉으로 보면 시장을 이기려는 적극적인 투자보다 단순하고 소극적인 방법처럼 보인다. 그러나 존 보글의 관점에서는 바로 그 단순함이 장점이 된다. 미래의 시장을 반복해서 예측해야 하는 부담을 줄이고, 비용을 낮춘 상태에서 장기간 시장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뮤추얼 펀드 상식]에서 인덱스 펀드는 하나의 금융상품을 넘어 보글의 투자 철학을 보여주는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특정 종목을 계속 골라내기보다 시장에 폭넓게 참여하고, 투자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줄이며, 충분한 시간을 투자에 활용한다는 원칙이 그 안에 담겨 있다.

작은 비용의 차이를 크게 만드는 시간

비용이 장기투자에서 중요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시간의 역할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투자에서는 수익이 다시 투자되면서 새로운 수익을 만들어내는 복리 효과가 시간이 흐르면서 누적된다. 비용 역시 같은 시간의 영향을 받는다.

투자 과정에서 빠져나간 돈은 단순히 그 시점의 비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수익을 만들어낼 투자자산을 그만큼 줄인다. 따라서 단기간에는 별 차이가 없어 보이는 비용도 투자 기간이 길어지면 그 영향이 커질 수 있다.

존 보글의 투자 철학에서 낮은 비용과 긴 시간은 서로 떨어진 원칙이 아니다. 비용을 낮추는 것은 투자자에게 남는 자산을 늘리고, 그 자산이 오랫동안 투자될 수 있도록 하는 일과 연결된다. 시간을 투자자의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 시간을 견딜 수 있는 투자 방식도 필요하다. 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끊임없이 사고팔기보다 낮은 비용으로 시장에 머무르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장기투자는 기다리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장기투자를 단순히 오랫동안 자산을 보유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존 보글의 주장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오랜 시간 투자하면서도 높은 비용을 계속 부담하거나 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빈번하게 매매한다면 시간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기 어렵다. 존 보글이 말하는 장기투자에서는 투자 기간과 함께 비용 구조와 투자자의 행동이 중요하다.

시장의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려는 노력보다 시장에 계속 참여할 수 있는 투자 구조를 만드는 것, 높은 수익을 찾아 계속 이동하기보다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것, 단기적인 가격 변화에 반응하기보다 장기적인 원칙을 유지하는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뮤추얼 펀드 상식]이 강조하는 인내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리는 태도와는 다르다. 투자자가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 원칙을 세우고 불필요한 행동을 줄이는 것이다.

비용과 시간으로 다시 보는 투자

[뮤추얼 펀드 상식]은 특정 시점의 유망 종목이나 앞으로의 시장 전망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시장보다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한 새로운 투자 기법을 제시하는 책도 아니다.

존 보글은 투자에서 훨씬 기본적인 문제를 바라본다. 투자 과정에서 얼마의 비용이 발생하는지, 그 비용이 오랜 시간 동안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투자자가 시장의 단기적인 움직임에 얼마나 자주 반응하는지를 살펴보게 한다.

시장 환경과 인기 있는 투자상품은 계속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투자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시간이 만들어내는 복리의 효과는 장기투자를 생각할 때 계속 고려해야 할 기본적인 문제다.

이 점에서 [뮤추얼 펀드 상식]의 핵심은 단순히 인덱스 펀드 투자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인덱스 펀드를 통해 낮은 비용과 긴 시간이 어떻게 하나의 투자 원칙으로 연결되는지 보여주는 데 있다.

투자에서는 얼마를 버는가만큼 그 수익을 얼마나 지킬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작은 비용의 차이는 처음에는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시간이 길어질수록 투자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뮤추얼 펀드 상식] 또한 비용을 낮추고 충분한 시간을 투자에 활용하는 것이 왜 장기투자의 중요한 원칙인지를 설명하는 책이다. © 연암사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회계 숫자가 기업의 진실을 말해주는가

회계 숫자는 객관적으로 보인다. 매출과 비용, 이익과 자산은 숫자로 기록되고 재무제표는 기업의 경영 성과와 재무 상태를 보여준다. 그러나 그 숫자를 만드는 것도, 해석하고 사용하는 것도 사람이다. 같은 회계정보라도 어떤 판단과 의도가 개입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현실을 제대로 보여줄 수도 있고 때로는 현실을 가릴 수도 있다. 하야시 아츠무의 [캐쉬플로우] 시리즈는 이러한 회계의 두 얼굴에서 출발한다. 회계 원리와 계산 방법을 차례대로 가르치기보다 위기에 빠진 기업과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회계가 실제 경영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회계 노하우나 전문적인 영문 용어의 설명보다 이야기 형식을 통해 회계의 본질과 경영에서의 활용을 전달하고자 했다. 회계는 특정 부서나 전문가만의 업무가 아니라 회사의 모든 활동과 연결되어 있으며, 기업을 경영하는 데 필요한 중요한 판단 도구라는 생각이 이 시리즈의 바탕에 놓여 있다. 기업의 이야기 속에서 회계를 배우다 회계의 개념과 원리를 아는 것과 그 지식을 실제 경영에 적용하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다. 재무제표의 구조와 회계처리 방법을 배웠다고 해서 기업에서 숫자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그 숫자를 경영자가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까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은 아니다. [캐쉬플로우]는 이 간극을 기업소설이라는 형식으로 메운다. 이야기의 무대는 경영난에 빠진 전자부품 제조사 제이피다. 주인공 단 다츠야는 회사가 처한 문제와 부딪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회계를 이용해 기업을 다시 일으키려 한다. 독자는 그의 경험을 따라가며 기업에서 사건이 발생하고, 사람들이 판단하고 행동하며, 그 결과가 회계 숫자에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살펴보게 된다. 작품에 등장하는 부정회계 역시 단순히 이야기에 긴장감을 더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저자는 작품에 등장하는 부정의 방법을 실제 사건을 토대로 구성했으며, 순환거래의 사례에는 자신이 회계사로 일하면서 경험한 내용도 반영했다고 설명한다. 많은 회계부정이 처음부터 악의를 가지고 계획되...

누구도 지휘하지 않는 시장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우리가 사용하는 연필 한 자루를 만드는 데에도 나무와 흑연, 금속과 고무를 생산하는 사람부터 이를 가공하고 운송하고 판매하는 사람까지 수많은 사람이 참여한다. 이들은 대부분 서로를 알지 못하며 누군가 전체 과정을 하나하나 지휘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필요한 자원은 이동하고 상품은 만들어져 소비자에게 도착한다. 시장경제에는 이처럼 중앙에서 모든 것을 계획하지 않아도 수많은 사람의 선택과 행동이 서로 조정되는 질서가 존재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가격이다. 러셀 로버츠의 [가격의 비밀]은 가격이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개별적인 선택들이 어떻게 하나의 경제 질서를 만들어내는지를 소설로 설명하는 책이다. 스탠퍼드대학교 학생이자 테니스 선수인 라몬 페르난데스가 경제학 교수 루스 리버와 대화를 나누며 자신이 당연하게 생각했던 가격과 기업, 시장을 새롭게 이해해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가격이라는 익숙한 숫자 뒤에서 움직이는 시장의 원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가격은 단순히 물건에 붙어 있는 숫자가 아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끊임없이 가격을 만난다. 물건을 살 때 가격을 비교하고, 가격이 오르면 구매량을 줄이거나 다른 상품을 찾는다. 기업 역시 원료와 인건비, 판매가격의 변화에 따라 생산량과 투자 계획을 조정한다. 이렇게 보면 가격은 단순히 상품의 값이 아니다. 시장에 흩어져 있는 정보를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각자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신호의 역할을 한다. 어떤 상품의 가격이 상승하면 소비자는 그 상품을 계속 구매할 것인지, 사용량을 줄일 것인지, 대체재를 찾을 것인지 판단한다. 생산자는 생산을 늘릴 수 있는지 검토하고 새로운 사업자는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을 살핀다. 가격이 내려가면 또 다른 선택이 이루어진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누군가 모든 소비자와 생산자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지시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정보와 상황을 바탕으로 가격 변화에 반응하고, 그 수많은 판단이 서로 연결되면서 자원이 어디에 더 필요하고 어디에는 덜...

시장은 이기심만으로 움직이는가

우리는 시장에서 수많은 사람과 연결되어 살아간다. 아침에 마시는 커피에서 자동차와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일상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상품과 서비스는 서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필요와 이익을 좇아 생산하고 거래한 결과다. 누구도 이 거대한 과정을 하나하나 지시하지 않지만 시장에서는 가격과 경쟁, 선택을 통해 수많은 경제활동이 조정된다. 그렇다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시장에서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기업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사회에 어떤 의미가 있으며, 시장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정부는 어디까지 개입해야 할까. 러셀 로버츠의 [보이지 않는 마음(The Invisible Heart)]은 이러한 경제학의 오래된 문제를 경제이론서가 아니라 소설로 풀어낸 책이다. 워싱턴 D.C.의 사립학교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샘 고든과 문학을 가르치는 로라 실버가 서로에게 끌리면서 벌이는 논쟁을 따라가다 보면 기업의 목적과 책임, 경쟁, 소비자 보호, 복지와 자선, 화폐가치와 인플레이션, 정부 규제와 경제정책 같은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으로 들어온다. 저자 러셀 로버츠 역시 이 책이 경제와 기업, 공공정책을 소설의 형식으로 바라보는 작품이라고 소개한다. 경제학자와 문학 교사가 사랑에 빠지다 샘과 로라는 같은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상당히 다르다. 샘은 자유시장경제를 신뢰한다. 기업이 이익을 추구하고 사람들이 자신의 선택에 따라 거래하며 기업들이 경쟁하는 과정에서 사회에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좋은 의도로 시장에 개입하더라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 문학을 가르치는 로라는 다른 곳을 바라본다. 시장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사람만큼 그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관심을 갖는다. 기업의 이익 추구가 소비자와 노동자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을 우려하고, 시장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에서는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원서의 공식 소개 역시 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