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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에서 자신을 아는 것이 중요한 이유


투자를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시장을 공부하게 된다. 주가가 오를지 떨어질지 전망하고, 어떤 자산에 투자해야 하는지 비교한다. 경제 상황과 금리의 변화를 살피고 전문가의 분석도 찾아본다. 좋은 투자 결과를 얻으려면 시장에 대해 많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을 아는 것만큼 중요한 문제가 있다. 바로 투자자 자신을 아는 일이다.

윌리엄 번스타인의 [투자자 불패본능의 법칙]은 투자에서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이해하는 일이 왜 중요한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자신이 어느 정도의 손실을 견딜 수 있는지, 부채가 자신의 재산에 어떤 위험을 더하는지, 자산가격 상승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지, 전문가의 판단에 얼마나 의존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게 한다.

이 책의 문제의식을 이해하는 중요한 배경은 2008~2009년 금융위기다. 금융시장의 급격한 붕괴는 투자자들이 당연하게 생각했던 여러 믿음을 흔들었다. 번스타인은 이 경험을 통해 특정한 위기에서 살아남는 투자기법보다 투자자가 평소 자신의 위험과 능력을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생각하는 것만큼 위험을 견딜 수 있는가

투자에서 수익과 위험은 함께 움직인다. 높은 수익을 기대한다면 그에 따르는 위험도 받아들여야 한다. 이 원칙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어려운 것은 실제 손실이 발생했을 때 자신이 그 위험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를 아는 일이다.

시장이 안정적이고 자산가격이 상승할 때에는 자신을 공격적인 투자자라고 생각하기 쉽다. 장기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니 일시적인 가격 하락 정도는 충분히 견딜 수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실제로 시장이 크게 하락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손실이 커질수록 더 큰 손실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고, 시장과 경제에 관한 비관적인 전망도 늘어난다. 평소에는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위험이 현실의 손실로 나타나는 순간 투자자의 행동도 달라질 수 있다.

윌리엄 번스타인이 금융위기에서 주목한 첫 번째 교훈이 바로 이것이다. “우리는 생각하는 것만큼 용감하지 않다.” 그는 2008~2009년의 급락장을 어떻게 경험했는지가 자신이 실제로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의 수준을 판단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투자자의 위험 감수 능력은 설문이나 기대수익률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시장이 예상과 다르게 움직이고 실제 자산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투자계획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자신을 안다는 것은 먼저 내가 실제로 어느 정도의 손실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인지를 아는 것에서 시작한다.

자산만 보지 말고 부채까지 함께 본다

자신의 투자 위험을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보유한 자산뿐 아니라 부채도 함께 살펴야 한다. 윌리엄 번스타인은 자동차대출과 주택대출, 신용카드 부채처럼 서로 별개로 생각하기 쉬운 빚도 개인의 전체 재무상태에서 보면 자산에 대한 레버리지로 작용한다고 설명한다.

자산가격이 상승할 때에는 이러한 위험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빚을 이용해 구입한 주택이나 투자자산의 가격이 계속 오르면 부채는 자산을 늘리는 효과적인 수단처럼 보일 수 있다.

가격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면 레버리지의 다른 모습이 나타난다. 자산가격이 떨어져도 부채가 같은 비율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총자산의 감소보다 순자산의 감소가 훨씬 크게 나타날 수 있다.

금융위기는 이러한 위험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었다. 주식과 주택가격이 함께 하락하면서 자산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을 전제로 재무구조를 만들었던 사람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

따라서 자신의 투자 위험을 이해한다는 것은 투자계좌의 자산배분만 살펴보는 일이 아니다. 자신의 자산과 부채를 하나의 재무구조로 보고, 예상과 다른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전체 재산이 어떻게 변할지를 함께 생각하는 일이다.

투자수익과 저축은 같은 것이 아니다

자산가격이 오랫동안 상승하면 투자로 늘어난 재산을 자신의 경제적 기반이 튼튼해진 것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주식이 계속 오르면 투자수익이 저축을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고, 주택가격이 계속 상승하면 집을 안정적인 은퇴자산으로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자산가격은 시장 상황에 따라 움직인다.

윌리엄 번스타인이 금융위기의 경험에서 저축을 중요한 교훈으로 끌어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투자수익은 언제든 투자손실로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자산가격 상승을 이유로 저축을 줄여서는 안 된다고 본다.

저축과 투자는 개인의 자산을 형성한다는 점에서는 연결되어 있지만 역할은 다르다. 투자는 가격이 변동하는 자산에 자금을 투입해 미래의 수익을 기대하는 행위다. 저축은 현재의 소득 가운데 일부를 소비하지 않고 미래를 위해 남기는 행위다. 시장 상승으로 자산이 증가한 것과 지속적으로 소득의 일부를 축적한 것을 구분해야 하는 이유다.

이러한 관점에서 자신을 안다는 것은 자신의 투자 능력만 평가하는 일이 아니다. 얼마를 벌고, 얼마를 소비하며, 얼마를 미래를 위해 남기고 있는지 자신의 재정 상태를 현실적으로 파악하는 것도 포함한다.

전문가의 능력을 어디까지 믿을 것인가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투자자는 자연스럽게 전문가에게 도움을 구하게 된다. 금융시장에 관한 전문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이 일반 투자자보다 더 나은 판단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문제는 전문성을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능력과 동일하게 생각할 때 발생한다.

금융위기 이전에는 헤지펀드와 사모펀드처럼 일반 투자자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투자 영역이 특별한 전문성과 높은 성과를 상징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적인 투자자라고 해서 시장의 불확실성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더 많은 정보와 경험이 판단에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하게 해주지는 않는다.

이 문제 역시 투자자가 자신을 이해하는 것과 연결된다. 자신의 지식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완벽한 판단 능력이 있다고 가정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전문가를 믿을 것인가 말 것인가를 단순하게 결정하는 일이 아니라, 투자에서 누구의 판단도 불확실성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다.

위기는 투자자의 실제 모습을 보여준다

[투자자 불패본능의 법칙]에서 2008~2009년 금융위기가 중요한 이유는 시장이 크게 하락했다는 데만 있지 않다.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던 투자자의 실제 모습이 위기 속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상승장에서는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산가격이 계속 오르면 부채의 위험도 작게 느껴진다. 투자수익이 이어지면 저축의 필요성도 낮게 평가하기 쉽다. 좋은 성과를 보여주는 전문가를 만나면 그에게 특별한 투자 능력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장 상황이 급격하게 달라지면 이러한 믿음이 시험대에 오른다. 이 때문에 금융위기는 윌리엄 번스타인에게 단순한 시장의 실패 사례가 아니라 투자자가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경험이 된다. 실제 손실 앞에서 자신이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살펴보면 평소 생각했던 투자 성향과 실제 행동 사이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에서 자신을 안다는 것은 자신감의 정도를 평가하는 일이 아니다. 자신의 위험 감수 능력과 재정 상태, 행동의 특성, 판단의 한계를 현실적으로 이해하는 일이다.

좋은 투자계획은 자신에게 맞아야 한다

투자에 관한 책에서는 흔히 더 나은 수익을 얻기 위한 방법을 찾는다. 그러나 아무리 논리적으로 뛰어난 투자전략이라도 투자자가 실제로 유지할 수 없다면 계획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큰 손실을 견디기 어려운 사람이 지나치게 위험한 자산을 보유하면 시장이 하락했을 때 계획을 포기할 가능성이 커진다. 과도한 부채를 가지고 있다면 예상하지 못한 자산가격 하락이 전체 재정 상태를 크게 흔들 수 있다. 미래의 투자수익을 지나치게 낙관하면 현재 필요한 저축을 충분히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좋은 투자계획에는 시장에 대한 전망뿐 아니라 그 계획을 실행하는 사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시장 상황과 오늘의 투자환경은 같지 않다. 당시의 주택가격이나 금융상품에 관한 판단을 현재에 그대로 적용할 수도 없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드러낸 투자자의 행동과 판단에 관한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시장이 상승할 때 위험을 낮게 평가하고, 시장이 급락하면 위험을 지나치게 크게 느끼는 투자자의 행동은 특정 시대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의 판단을 과신하거나 반대로 전문가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투자자 불패본능의 법칙]이 금융위기의 경험을 통해 보여주는 중요한 교훈은 여기에 있다.

투자에서는 시장을 얼마나 많이 아는가만큼 자신을 얼마나 정확하게 아는가가 중요하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위험과 재정 상태, 불확실성 앞에서 보이는 행동과 판단의 한계를 이해해야 오래 유지할 수 있는 투자계획을 세울 수 있다. [투자자 불패본능의 법칙]은 시장을 분석하기 전에 그 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 자신을 먼저 이해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책이다. © 연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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