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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가 이동하면 비즈니스의 방식도 달라진다


기업은 어디에서 가치를 만들어내는가. 좋은 상품을 만들고 경쟁기업보다 높은 기술력을 확보하며 효율적인 유통망을 구축하는 것은 오랫동안 기업 경쟁력을 설명하는 중요한 기준이었다. 그러나 기술과 시장환경이 달라지고 소비자가 가치 창출 과정에 직접 참여하기 시작하면 기업이 가치를 만드는 방식도 달라진다.

김용태 저자의 [트로이 목마를 불태워라]는 이러한 변화를 ‘가치 이동’이라는 관점에서 설명하는 책이다.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던 4차 산업혁명의 변화를 배경으로 가치의 원천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으며, 그 변화에 따라 기존의 경영과 마케팅 개념을 어떻게 다시 바라봐야 하는지를 살펴본다.

가치의 원천이 이동하고 있다

[트로이 목마를 불태워라] 제1부의 중심 개념은 ‘가치 이동’이다. 기업을 둘러싼 환경이 변화하면 가치를 만들어내는 원천도 달라진다. 이 책은 그 새로운 원천으로 ‘정보와 관계’를 제시한다. 이러한 변화는 당시 빠르게 성장하던 플랫폼 기업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구글은 애드센스를 통해 블로거와 유튜버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애플은 앱스토어를 통해 일반인이 콘텐츠를 만들어 판매할 수 있는 장터를 만들었다. 알리바바는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고, 페이스북의 콘텐츠와 정보는 이용자들이 생산하고 유통한다.

에어비앤비와 우버에서도 소비자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머물지 않고 직접 공급자로 참여할 수 있다. 책이 이러한 기업들에서 주목하는 것은 기업이 모든 가치를 직접 생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참여자가 서로 연결되고 가치를 만들어내는 구조다.

소비자가 가치 창출에 참여한다

가치 이동은 소비자의 역할도 바꾼다. 기존의 마케팅에서 소비자는 기업이 만든 상품과 서비스를 선택하고 구매하는 대상으로 이해되기 쉽다. 그러나 책에서 설명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소비자가 직접 콘텐츠와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하며 경제적 활동에도 참여한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을 소비자에게 권력이 이동하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기업이 일방적으로 가치를 만들어 소비자에게 전달하기보다 소비자가 가치 창출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참여가 확대되면 참여자 사이의 연결도 늘어난다. 책은 그 결과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하면서 기업이 플랫폼으로 진화한다고 설명한다. 플랫폼은 새로운 기술이나 사업 형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는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 그리고 가치가 만들어지는 방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비즈니스 모델로 등장한다.

가치사슬이 가치고리로 바뀐다

가치의 원천과 소비자의 역할이 달라지면 기업이 가치를 만드는 구조도 변화한다. 책은 기존 산업의 ‘가치사슬’이 해체되고 재편되는 현상에 주목한다. 과거에는 가치사슬 안에서 경쟁기업보다 차별화된 위치를 확보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했다면, 책에서 제시하는 플랫폼 기업들은 기존 가치사슬 자체를 변화시키면서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낸다.

저자는 이를 가치사슬이 ‘가치고리’로 변화하는 과정으로 설명한다. 기업에서 소비자로 가치가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구조보다 여러 참여자가 연결되고 그 관계 속에서 가치가 순환하는 구조에 주목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시장과 경쟁을 바라보는 관점에도 영향을 준다. 기존 산업의 경계와 가치사슬을 기준으로 시장과 경쟁자를 규정하던 방식만으로는 새롭게 등장하는 비즈니스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일곱 가지 비즈니스 개념이 전환된다

[트로이 목마를 불태워라] 제2부는 이러한 가치 이동이 경영과 마케팅의 기본 개념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비즈니스 패러다임의 7가지 전환’으로 설명한다.

그 일곱 가지는 시장(Market), 경쟁(Competition), 소비자(Consumer), 상품(Product), 가격(Price), 유통(Place), 광고·촉진(Promotion)이다.

시장 편에서는 가치사슬의 해체와 재편, 시장에 대한 인식의 확대와 플랫폼 경영을 다룬다. 경쟁 편에서는 경쟁에 대한 인식을 다시 살펴보고 가치사슬이 가치고리로 변화하는 과정을 설명한다.

소비자 편에서는 권력이동과 소비자 참여시스템을, 상품에서는 상품의 진화와 새로운 상품의 원리를 다룬다. 가격과 유통 편에서는 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전략모델을 살펴보고, 광고에서는 브랜드 저널리즘과 콘텐츠 전략, 플랫폼 게임과 마케팅의 변화를 다룬다.

이 일곱 가지 전환은 각각 독립된 경영기법을 소개하기 위한 구성이 아니다. 가치의 원천과 이동 방식이 달라지면 시장과 경쟁, 소비자와 상품, 가격과 유통, 광고를 바라보는 기존의 관점도 함께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구조적으로 설명하는 논리다.

기술력만으로 기업의 성공을 설명할 수 있는가

책은 팬택의 사례를 통해 기존의 성공 조건만으로 변화한 시장에서 경쟁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팬택은 많은 연구개발비를 투입하고 엔지니어와 특허를 보유한 기술기업이었다.

책에서는 높은 기술력에 비해 브랜드 인지도가 낮았고 소비자의 선택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는 점을 팬 몰락의 중요한 원인으로 설명한다. 소비자와 멀어지면서 판매와 매출이 감소했고, 결국 연구개발 투자와 기술경쟁에도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 사례에서 중요한 것은 기술의 가치에 대한 재평가가 아니라 기업이 보유한 기술과 역량이 실제 시장에서 어떻게 가치로 연결되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것인지까지 함께 바라봐야 한다는 점이다. 기존의 성공 조건에만 집중하면 가치가 이동하고 있는 방향을 놓칠 수 있다.

변화는 기존 기업의 위기이자 새로운 기업의 기회다

기존의 가치사슬이 해체되고 재편되는 과정은 기업에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 과거의 경영방식에 익숙한 기업은 이미 진행되고 있는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변화를 위기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기존의 가치사슬이 견고한 환경에서는 새로운 기업이 그 안으로 진입하기 어려웠지만 가치사슬이 느슨해지고 재편되는 시기에는 새로운 방식으로 가치를 만드는 기업이 등장할 가능성도 커진다.

책은 이를 새로운 비즈니스 리더에게 찾아오는 ‘역전의 기회’로 바라본다. 변화가 커질수록 기존의 위치가 흔들릴 수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가치의 원천을 발견한 기업에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갈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다.

새로운 것을 보려면 기존의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

[트로이 목마를 불태워라]가 다루는 4차 산업혁명은 이 책이 쓰인 당시의 중요한 시대적 배경이다.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인공지능, 블록체인의 등장은 기존 산업과 비즈니스의 변화를 설명하는 중요한 계기였다.

그러나 이 책의 문제의식을 특정 기술의 등장에만 한정할 필요는 없다. 책의 중심에는 기술 자체보다 기술과 환경의 변화에 따라 가치가 이동하고, 그에 따라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기존의 개념도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제목인 ‘트로이 목마를 불태워라’도 기존의 지식과 경험을 모두 버리라는 의미보다 새로운 환경을 과거의 성공 방식과 고정관념만으로 바라보지 말라는 메시지로 읽을 수 있다.

[트로이 목마를 불태워라]는 가치가 어디에서 만들어지고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통해 비즈니스의 변화를 설명하는 책이다. 가치의 원천이 정보와 관계로 이동하고, 소비자가 가치 창출에 참여하며, 가치사슬이 가치고리로 변화하면 시장·경쟁·소비자·상품·가격·유통·광고를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져야 한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이해하려면 새로운 기술의 이름을 따라가는 것보다 가치가 이동하는 방향을 먼저 볼 필요가 있다. 변화한 환경을 과거의 성공 방식으로만 바라보지 않는 것, 그것이 이 책이 말하는 비즈니스 패러다임 전환의 출발점이다. © 연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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