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경계가 허물어지면 비즈니스의 방식도 달라진다


산업과 제품, 시장을 나누던 경계가 허물어지면 기업은 무엇을 바꾸어야 할까. 김용태 저자의 [마케팅 컨버전스]는 새로운 마케팅 기법보다 그 기법이 필요해진 시장과 산업구조의 변화에서 출발하는 책이다. 인터넷을 통해 과거에는 서로 연결되기 어려웠던 사람과 정보, 제품과 산업이 연결되면서 기존의 경계가 무너지고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는 현상을 ‘컨버전스’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기술의 변화 자체를 넘어 시장구조가 달라지면 기업이 고객과 관계를 맺고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관점이다. [마케팅 컨버전스]는 그 새로운 비즈니스의 문법을 융합(Convergence), 쌍방향성(Interaction), 개인맞춤화(Fitting)라는 세 가지 개념으로 제시한다.

서로 나뉘어 있던 경계가 허물어진다

[마케팅 컨버전스]의 출발점은 산업구조의 변화다. 저자는 인터넷 혁명으로 물리적인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서로 다른 영역의 연결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한다. 기존 산업의 가치사슬이 해체되면서 산업과 제품, 업종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직업에서도 이전과 다른 형태가 등장한다.

책에서 말하는 ‘융합’은 이러한 변화 전체를 가리킨다. 기존에 분리되어 있던 영역이 연결되고 뒤섞이면서 새로운 장르와 시장, 비즈니스가 등장한다.

컨버전스는 단순히 두 가지 기술이나 기능을 하나의 제품에 결합하는 현상으로만 이해하기 어렵다. 기업이 자신의 산업과 제품, 고객과 경쟁자를 구분하던 기존의 경계 자체가 변화하는 현상이다.

변화한 시장에는 새로운 비즈니스 문법이 필요하다

산업구조가 변화하면 기존의 마케팅 방식도 영향을 받는다. 책은 제품이나 상품을 잘 만들고 광고를 통해 판매하는 기존의 방식만으로는 변화한 시장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본다.

스마트 미디어와 당시의 유비쿼터스 기술은 사람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고객이 있는 곳이 시장이 되고, 기업과 고객의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달라졌다. 저자는 이러한 시장구조의 변화에 맞는 새로운 비즈니스 문법을 세 단어로 압축한다.

융합, 쌍방향성, 개인맞춤화.

[마케팅 컨버전스]의 전체 구성 역시 이 세 가지 축을 따라 전개된다.

융합은 기존의 경계를 넘어서는 변화다

제1부의 주제는 ‘융합(Convergence)’이다. 책은 컨버전스 마케팅을 시작으로 네트워킹, 스토리텔링, 마케팅 루덴스, 감각 마케팅 등을 다룬다. 이러한 내용의 바탕에는 기존의 산업과 상품을 구분하던 경계가 변화하고 있다는 인식이 놓여 있다.

책의 첫 번째 장 제목인 “휴대폰은 더 이상 전화기가 아니다”는 이러한 변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상품을 하나의 기능과 기존의 제품 범주 안에서만 바라보기 어려워지고, 서로 다른 기능과 영역이 결합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환경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경쟁을 바라보는 방식도 달라진다. 책은 “경쟁하지 말고 제휴하라”는 표현을 통해 기존의 경쟁관계만이 아니라 서로 다른 기업과의 연결과 네트워킹에도 주목한다. 융합은 결국 기존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연결 가능성을 발견하는 데서 시작한다.

일방향에서 쌍방향으로 관계가 달라진다

제2부에서는 ‘쌍방향성(Interaction)’을 다룬다. 전통적인 마케팅에서는 기업이 상품과 광고 메시지를 만들고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일방향적인 구조가 중심이 되기 쉽다.

그러나 인터넷과 네트워크를 통해 고객이 직접 정보를 생산하고 공유하며 기업과 소통할 수 있게 되면서 이러한 관계에도 변화가 일어난다.

책은 이를 “공장에 머물지 말고 광장으로 나가라”는 표현으로 설명한다. 기업이 내부에서 상품과 메시지를 만들어 시장에 전달하는 데 머물기보다 고객이 모이고 관계를 형성하는 공간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지는 커뮤니티 마케팅과 사이버 마케팅 역시 기업과 고객의 관계가 쌍방향으로 변화하는 새로운 환경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에서 고객은 기업의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대상에만 머물지 않는다. 기업과 소통하고 다른 고객과 연결되면서 시장을 구성하는 참여자로 등장한다.

대중에서 개인으로 시장을 바라보다

제3부의 주제는 ‘개인맞춤화(Fitting)’다. 대중매체를 중심으로 한 시장에서는 많은 소비자에게 같은 상품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중요했다. 그러나 커뮤니케이션 환경이 개인화되면 고객을 하나의 대중으로만 바라보기 어려워진다. 책은 일대일 DB마케팅, 노마드 마케팅, 시간 마케팅, 페르소나 마케팅을 통해 이러한 변화를 설명한다.

개별 고객에 대한 정보와 관계가 중요해지고, 고객이 움직이는 곳을 따라 시장도 변화한다. 기업에게 필요한 것은 불특정 다수에게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머물지 않고 개별 고객과 어떻게 관계를 형성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일이다.

융합을 통해 시장의 경계가 달라지고 쌍방향성을 통해 기업과 고객의 관계가 달라졌다면, 개인맞춤화는 그 관계를 각각의 고객에게 맞추어 바라보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마케팅은 고객과의 관계 속에서 달라진다

융합과 쌍방향성, 개인맞춤화는 서로 떨어진 세 가지 마케팅 기법이 아니다. 융합은 산업과 제품을 구분하던 기존의 경계를 허물고, 쌍방향성은 기업과 고객 사이의 일방적인 관계를 변화시키며, 개인맞춤화는 대중으로 묶여 있던 고객을 개별적인 존재로 바라보게 한다. 세 가지 변화가 함께 진행되면 마케팅을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진다.

책은 “마케팅은 전쟁이 아니라 공동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놀이다”라고 표현한다. 기업이 상품을 만들어 고객에게 판매하는 데만 집중하기보다 고객의 참여 속에서 가치를 만들어가는 관계에 주목하는 것이다.

[마케팅 컨버전스]에서 새로운 마케팅은 몇 가지 판매기법을 바꾸는 문제가 아니다. 시장구조의 변화에 맞추어 기업이 고객과 관계를 맺는 방식 자체를 다시 생각하는 문제다.

변화의 방향을 읽는 것이 먼저다

[마케팅 컨버전스]에는 유비쿼터스, 스마트 미디어, 마케팅 2.0, 사이버 마케팅처럼 책이 쓰인 당시의 기술과 마케팅 환경을 보여주는 용어가 등장한다. 오늘날의 기술환경과 마케팅 용어는 당시와 상당히 달라졌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현재의 마케팅 실무기법을 직접 알려주는 책으로 읽기보다, 당시 진행되던 산업구조와 시장의 변화를 저자가 어떻게 포착하고 설명했는지를 중심으로 읽을 필요가 있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은 마케팅과 비즈니스에 관한 내용만이 아니라 “산업구조의 변화와 패러다임 전환에 따른 개인의 인식 변화”에 방향을 제시하는 책이기도 하다. 저자가 변화의 속도를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변화는 처음부터 완성된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작은 변화가 축적되다가 어느 순간 기존의 구조를 크게 바꿀 수 있다. 책에서 물벼룩이 연못을 채우는 비유를 통해 변화가 순식간에 다가올 수 있다고 설명한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을 보여준다.

경계가 달라지면 기존의 마케팅도 다시 보아야 한다

[마케팅 컨버전스]의 중심에는 ‘컨버전스’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 개념의 의미는 단순한 기술 융합보다 넓다. 산업과 제품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서로 다른 영역이 연결되면 시장의 구조가 달라진다. 시장이 달라지면 기업과 고객의 관계도 달라지고, 그에 따라 판매와 마케팅의 방식 역시 변화해야 한다.

[마케팅 컨버전스]는 이러한 변화를 융합·쌍방향성·개인맞춤화라는 세 가지 비즈니스 문법으로 설명하는 책이다. 융합은 기존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연결을 만들고, 쌍방향성은 기업과 고객의 관계를 일방향에서 상호작용으로 바꾸며, 개인맞춤화는 대중으로 바라보던 고객을 개별적인 존재로 바라보게 한다.

기술과 마케팅의 구체적인 모습은 계속 달라져도 시장구조가 변하면 기존의 비즈니스 문법도 다시 살펴봐야 한다. [마케팅 컨버전스]가 보여주는 것은 새로운 마케팅 기법의 목록보다 그 기법을 바꾸게 만든 시장과 관계의 변화다. © 연암사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AI 시대, 대학 교수는 어떻게 변화하고 적응해야 하는가

대학 강의실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학생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을 생성형 AI에 물어보고, 과제를 작성할 때도 AI의 도움을 받는다. 프로그래밍 코드를 만들거나 외국어 자료를 번역하는 일에도 AI를 활용한다. 과거에는 교수의 설명이나 교재에 의존해야 했던 학습 활동을 이제는 학생 스스로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대학 교수에게 새로운 과제를 안겨준다. AI가 필요한 지식을 설명하고 학생의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교수는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학생들이 AI를 일상적으로 활용하는 환경에서 수업과 평가는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장준호 교수의 [AI 중심대학]은 이러한 문제를 가상의 하버스톤 대학교가 변화하는 과정을 통해 살펴본다. 재정 위기에 놓인 대학이 AI를 교육과 운영에 도입하면서 교수의 역할과 학습 방식, 학과 조직을 새롭게 설계하는 이야기다. 이 책에서 주목할 부분은 AI가 교수를 대신할 수 있다는 가능성보다, AI가 교육의 일부를 담당하게 될 때 교수는 어떤 역할에 더 집중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다. 지식을 설명하는 일에서 이해를 이끄는 일로 대학 교수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는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축적된 지식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학생들은 AI를 통해 다양한 개념을 설명받고, 이해하지 못한 내용을 반복해서 질문하며, 필요한 자료를 찾아볼 수 있다. 학생의 수준에 맞춰 설명의 난이도를 조절하거나 추가적인 예시를 제시하는 일도 가능해졌다. 그렇다면 교수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AI가 지식을 설명할 수 있다고 해서 학생이 그 지식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AI의 설명이 정확한지 판단하고, 중요한 내용과 그렇지 않은 내용을 구분하며, 서로 다른 개념을 연결해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에는 여전히 학문적 전문성이 필요하다. 교수는 이러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학생이 지식을 받아들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생각으로 발전시키도록 도와야 한다. [AI 중심대학]의 하버스톤 대학교에서는 AI 에이전트가 기초 학습과 반복...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법은 얼마나 믿을 만한가

기업과 조직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리스크를 관리한다. 재무적 손실의 가능성을 분석하고 산업재해와 제품 안전 문제에 대비한다. 새로운 기술이나 프로젝트가 실패할 가능성을 검토하고 컴퓨터 보안과 사기, 평판 훼손과 소송 위험도 관리한다. 이를 위해 위험을 식별하고 발생 가능성과 영향을 평가한다.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위험의 크기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하며 필요한 대응책을 마련한다. 그런데 이러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연암사 출판사에서 출간한 더글러스 W. 허버드의 [리스크 관리 펀드멘탈]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간다. 어떤 리스크가 존재하는지를 묻기 전에 그 리스크를 판단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 얼마나 믿을 만한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이 다루는 위험의 범위는 넓다. 재무 리스크와 자연재해, 산업재해, 제품 안전, 기술과 프로젝트 실패, 컴퓨터 보안, 사기, 평판 손상과 소송까지 포괄한다. 그러나 서로 다른 위험을 관통하는 문제는 하나다. 어떤 리스크 분석 방법이 실제로 효과가 있으며,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리스크 관리에도 ‘건강한 회의론’이 필요하다 책의 제1부는 ‘리스크 관리를 위한 건강한 회의론’에서 시작한다. 이어 리스크 관리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본 뒤 ‘효과가 있는지 어떻게 아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이 순서는 책의 문제의식을 잘 보여준다. 조직에 리스크 관리 절차가 있고 정기적으로 위험을 평가하며 보고서를 작성한다고 해서 그 방법의 효과까지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리스크 관리 활동의 존재가 아니라 그 활동이 실제로 판단을 개선하는가이다. 위험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게 하는가. 중요한 위험과 그렇지 않은 위험을 제대로 구분하는가. 제한된 자원을 어디에 투입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는가. 허버드가 요구하는 ‘건강한 회의론’은 리스크 관리 자체를 부정하는 태도가 아니다. 리스크 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 사용하...

기업의 책임과 위험을 관리하는 내부감사

기업은 매일 크고 작은 결정을 내린다.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고, 다른 기업을 인수하며, 새로운 시장에 진출한다. 때로는 회사를 분할하거나 자회사를 설립한다. 이러한 결정이 기업에 새로운 기회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손실과 책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위험을 완전히 없애는 일이 아니다. 기업이 어떤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지 알고, 중요한 의사결정이 적절한 절차를 거쳐 이루어지는지 확인하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이를 발견하고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내부감사다. 반도헌 저자의 [기업 내부감사]는 내부감사를 기업의 잘못을 찾아내는 사후 점검 활동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기업의 의사결정과 위험관리, 내부통제와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독립적으로 확인하는 기능으로 바라본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은 감사기법보다 먼저 기업이라는 조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살펴본다. 내부감사를 이해하려면 기업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아야 한다 책의 첫 번째 주제는 ‘기업의 본질, 대리인 비용과 거버넌스’이다. 내부감사에 관한 책이 기업의 본질에서 시작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기업에서는 주주와 이사회, 경영진을 비롯한 여러 사람이 서로 다른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움직인다. 주주는 기업의 중요한 권한을 이사회와 경영진에게 맡기고, 경영진은 그 권한을 바탕으로 수많은 의사결정을 내린다. 그러나 권한을 맡은 사람이 언제나 기업을 위해 최선의 판단을 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정보를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 차이가 생기고, 개인의 이해관계와 회사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도 있다.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이나 부정이 기업 전체에 큰 손실을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기업에 이사회와 감사위원회, 내부통제와 내부감사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누군가에게 권한을 맡겼다면 그 권한이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내부감사의 역할도 분명해진다. 단순히 업무상의 잘못을 찾아내는 데 그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