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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자라는 또 하나의 리더십


리더십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은 대개 1인자다. 조직의 가장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고 사람들을 이끄는 사람을 리더라고 생각한다. 2인자는 그 아래에서 1인자를 보좌하는 사람으로 여겨지기 쉽다. 그래서 2인자는 언젠가 1인자가 되기 위해 거쳐 가는 위치이거나 1인자가 되지 못한 사람처럼 인식되기도 한다.

김헌식 저자의 [복종하며 지배하라]는 이러한 1인자와 2인자의 관계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책이다. 저자가 말하는 2인자는 단순한 2위도, 1인자의 부속물도 아니다. 그 자체로 하나의 리더십을 가진 존재다. 더 나아가 저자는 2인자의 역할에 충실한 사람이 실질적으로 1인자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2인자형 1인자’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1인자 중심의 리더십을 다시 보다

1인자는 오랫동안 리더의 이상적인 모델로 받아들여져 왔다. 탁월한 능력과 결단력을 가진 한 사람이 조직을 이끌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은 익숙한 리더십의 전형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1인자 중심의 리더십과 조직문화가 가진 한계에 주목한다.

조직과 산업구조, 경영환경이 복잡해지고 상황이 불확실해질수록 한 사람의 능력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워진다. 저자는 1인자가 가진 인지적·사회심리학적 한계뿐 아니라 조직적·경영적 한계를 함께 살펴본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1인자 한 사람의 능력보다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역할과 움직임도 중요해진다. 2인자를 새롭게 바라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인자는 1인자가 되기 전의 단계가 아니다

[복종하며 지배하라]에서 중요한 관점은 ‘2인자’라는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는가이다. 일반적으로 2인자는 조직의 서열에서 두 번째에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참모와 책사, 비서처럼 1인자를 가까이에서 보좌하는 사람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2인자는 특정한 직책이나 순위를 의미하지 않는다. 저자는 2인자를 1인자가 되기 위해 거쳐 가는 중간 과정으로 보지 않는다. 강요되거나 실패해서 얻게 된 지위도 아니며, 1인자의 부속물이나 보조자도 아니다. 2인자 자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역할이며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2인자 리더십도 2위라는 위치에서만 발휘되는 리더십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저자는 이를 하나의 독립적인 리더십으로 바라본다.

‘2인자형 1인자’라는 역설

이 책의 독특한 주장은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저자는 자신이 주목하는 2인자를 ‘2인자형 1인자’라고 표현한다. 2인자의 위치는 단순한 중간 과정이 아니라 그 자체가 1인자의 위치일 수 있다는 것이다. 2인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사람은 실질적으로 1인자의 역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1인자와 2인자의 경계도 달라진다. 둘은 서로 완전히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동전의 양면과 같다. 저자는 그중에서도 중심을 1인자의 면보다 2인자의 면에 둔다. 1인자의 지위에 올라가는 것만을 리더십의 완성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1인자에게도 2인자 리더십이 필요하다

2인자 리더십을 하나의 독립적인 리더십으로 바라보면 흥미로운 결론이 나온다. 2인자 리더십은 2인자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저자는 장수하는 1인자도 2인자의 리더십을 구사한다고 설명한다. 누군가 1인자의 위치에 있더라도 2인자 리더십을 발휘해야 자신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으며, 2인자의 역할을 잘하는 사람은 1인자의 역할도 잘한다고 본다.

이러한 주장은 1인자와 2인자를 서열만으로 구분하는 관점에서 벗어나게 한다. 1인자가 된다고 해서 2인자의 리더십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높은 위치에 있을수록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상황을 이해하며 자신의 역할을 조정하는 능력이 계속 필요하다는 것이 저자의 관점이다.

배트맨은 왜 2인자 영웅인가

책에서는 영화 다크 나이트의 배트맨을 2인자 영웅의 사례로 제시한다. 배트맨은 자신이 전면에 나서 영웅으로 인정받기보다 법과 원칙을 지키며 범죄와 싸우는 하비 덴트를 진정한 영웅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덴트가 무너지자 그가 저지른 살인의 책임까지 자신에게 돌리고 어둠 속에 남는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누가 공식적인 1인자인가가 아니다. 배트맨은 전면에 드러나지 않고 때로는 비난까지 감수하지만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수행한다. 인정이나 지위보다 역할을 통해 상황을 움직인다. 이러한 모습은 이 책이 말하는 2인자를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상징적인 사례가 된다.

2인자는 실패한 1인자가 아니다

2인자를 바라보는 기존의 시선에는 1인자가 되지 못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따라붙기 쉽다. 책은 이러한 관점을 뒤집는다.

저자가 인용한 2008년 설문조사에서도 2인자를 ‘만년 2등으로 남은 불운한 인물’이나 ‘패배자’로 바라본 응답보다 ‘나름의 영역을 개척하며 인정받은 창의적 인물’이라고 평가한 응답이 훨씬 많았다. 당시에도 2인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료다.

저자는 이러한 변화에서 1인자 모델의 한계도 읽는다. 1인자는 누구나 한번쯤 되고 싶어 하는 이상적인 모델일 수 있지만 현실의 조직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서로 다른 위치에서 역할을 수행한다. 그렇다면 리더십 역시 1인자 한 사람에게만 집중해서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성공과 실패를 통해 2인자 리더십을 살펴보다

[복종하며 지배하라]는 이러한 논리를 세 부분으로 전개한다.

1장에서는 1인자 리더십이 저물고 2인자 리더십이 부각되는 현상과 그 이유를 분석한다. 2장에서는 2인자가 진정한 1인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과 태도, 원칙을 살펴보고, 1인자와 관계를 맺으면서 생존하기 위한 원칙도 다룬다. 3장에서는 실제 인물과 사건을 통해 2인자 리더십을 분석한다. 성공한 인물뿐 아니라 2인자 리더십을 유지하거나 구사하지 못해 실패한 인물도 함께 살펴본다.

이처럼 이 책은 2인자에 대한 추상적인 주장에 머물지 않고 여러 인물과 사건을 통해 1인자와 2인자의 관계가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살펴본다.

리더십은 고정된 모델보다 상황 속에서 움직인다

그러나 저자가 궁극적으로 제시하려는 것은 정형화된 ‘2인자 리더십 모델’이 아니다. 책의 마지막에서 저자는 자신이 강조하려는 것이 ‘상황의 역동성’이라고 밝힌다.

중요한 것은 정해진 모델보다 그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이는가이다. 매 순간 구성원들이 보이는 행동이 다른 사람과 현실을 움직이고, 바로 그 움직임 속에서 리더십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2인자 리더십은 특정한 직책을 가진 사람이 따라야 할 몇 가지 행동규칙으로 환원하기 어렵다. 1인자와 2인자의 관계도 고정되어 있지 않다. 상황에 따라 사람들의 역할과 영향력이 달라지고, 그 속에서 누가 어떻게 움직이는가가 중요하다.

2인자를 이해하면 1인자도 다르게 보인다

[복종하며 지배하라]의 흥미로운 점은 2인자를 이야기하면서 결국 1인자에 대한 관점까지 바꾼다는 데 있다. 2인자를 1인자가 되지 못한 사람으로 본다면 리더십의 중심은 언제나 1인자에게 있다. 그러나 2인자 리더십을 그 자체로 하나의 리더십으로 인정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2인자의 역할에 충실한 사람이 실질적으로 1인자의 역할을 할 수 있고, 1인자의 위치에 오른 사람에게도 2인자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복종하며 지배하라]는 2인자를 1인자보다 한 단계 낮은 존재로 바라보는 기존의 관점을 뒤집는다. 저자가 말하는 2인자는 1인자의 부속물도, 1인자가 되기 위해 거쳐 가는 과정도 아니다. 그 자체로 하나의 리더십을 가진 ‘2인자형 1인자’다.

그래서 이 책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가보다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누가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다른 사람과 현실을 움직이는가이다. 2인자를 다시 바라보는 것은 결국 리더십 자체를 다시 바라보는 일이다. © 연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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