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비트코인을 넘어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보다


블록체인이 알려지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의 관심은 주로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에 집중되었다. 새로운 투자 대상에 대한 관심은 높았지만 블록체인이 무엇이며 앞으로 어디에 활용될 수 있는지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다.

김용태 저자의[블록체인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는 이러한 상황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이 책은 블록체인의 기술적인 원리만을 설명하는 입문서에서 저자가 던지는 핵심적인 물음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블록체인은 무엇이 될까?”

저자는 비트코인에서 시작된 블록체인이 오픈소스로 확산되고, 이더리움과 스마트 계약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살펴본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분산화가 기존의 가치체인과 권력관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전망한다.

인터넷의 다음 변화에서 블록체인을 바라보다

저자는 블록체인을 설명하면서 인터넷이 처음 확산되던 시기를 떠올린다. 인터넷을 처음 접한 사람들에게 웹은 신기하고 재미있는 새로운 공간이었다. 사람들은 정보를 찾아다니고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연결을 즐겼다.

그러나 그 새로운 공간에서 사업의 가능성을 발견한 기업들도 있었다. 이베이와 아마존, 구글, 알리바바, 텐센트, 애플, 페이스북, 우버, 에어비앤비 같은 기업들은 웹을 기반으로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었다.

저자는 블록체인도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아니라 우리가 사용해온 인터넷의 연장선에서 바라본다.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플랫폼이 등장했듯 블록체인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 책의 출발점이다.

비트코인에서 블록체인이 시작되다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이해하기 위해 책은 먼저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의 관계를 구분한다. 비트코인은 새로운 P2P 전자화폐시스템이고, 블록체인은 그 시스템을 설계하기 위해 만들어진 알고리즘이다.

두 개념은 처음부터 함께 등장했기 때문에 같은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그러나 블록체인이 오픈소스로 공개되면서 비트코인과 분리되어 다른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고 책은 설명한다. 이 구분은 책 전체의 논리를 이해하는 중요한 출발점이다.

블록체인을 비트코인과 같은 것으로 본다면 관심은 새로운 화폐시스템에 집중된다. 반면 블록체인을 그 시스템을 가능하게 한 원리로 바라보면 다른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 책 제목의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표현도 여기에서 의미를 갖는다.

기술만으로 블록체인을 설명하지 않는다

블록체인은 흔히 분산원장기술로 설명된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기술적인 설명만으로 블록체인의 정체를 충분히 파악할 수 없다고 본다. 저자는 블록체인을 “획기적인 프로그래밍 기술”에 한정하지 않고 그 안에 철학과 사상이 융합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관점 때문에 책의 관심도 블록체인의 기술적인 작동 원리에 머물지 않는다. 저자는 블록체인이 어디에 활용될 수 있으며, 그것이 기존의 산업과 경제·사회구조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함께 바라본다.

[블록체인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서 기술을 이해한다는 것은 기술 자체를 아는 것과 그 기술이 가진 사회적 의미를 함께 살펴보는 일이다.

오픈소스가 새로운 가능성을 열다

블록체인의 확장을 가능하게 만든 중요한 조건은 오픈소스다. 비트코인과 함께 등장했던 블록체인이 오픈소스가 되면서 누구나 이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고, 이후 다양한 암호화폐와 새로운 시도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책은 이 과정을 씨앗이 퍼져나가 숲을 만들어가는 모습에 비유한다. 2008년 비트코인의 등장과 함께 블록체인이라는 씨앗이 뿌려졌고, 오픈소스를 통해 그 씨앗이 여러 곳으로 퍼지면서 새로운 가능성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씨앗’은 이 책에서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설명하는 중요한 비유다. 저자의 관심은 처음 뿌려진 씨앗의 모습보다 그 씨앗이 앞으로 무엇으로 성장할 것인가에 있다.

이더리움이 블록체인의 활용 범위를 넓혔다

블록체인의 발전 과정에서 책이 중요하게 다루는 다음 단계는 이더리움이다. 저자는 비탈릭 부테린이 만든 이더리움이 거래내역뿐 아니라 스마트 계약까지 블록에 담을 수 있도록 하면서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확장했다고 설명한다.

블록체인이 화폐시스템의 기반에서 스마트 계약을 실행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발전하면서 그 위에서 다양한 분산형 애플리케이션(DApp)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이를 스마트폰과 앱의 관계에 비유한다. 스마트폰이 등장한 뒤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이 만들어졌듯 블록체인 플랫폼에서도 다양한 응용 가능성이 등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을 구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블록체인의 가능성이 암호화폐에만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분산화는 기존의 가치구조를 어떻게 바꾸는가

책의 논의는 블록체인의 활용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사회와 산업의 구조로 확대된다. 저자가 주목하는 개념은 ‘분산화’와 ‘권력이동’이다. 저자는 블록체인이 분산화를 통해 산업시대의 가치체인을 해체하고 새로운 가치방정식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블록체인의 영향이 금융시스템에서 출발해 경제와 정치·사회구조로 확대될 가능성까지 바라본다.

이 부분에서 [블록체인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말하는 ‘무엇’의 범위도 넓어진다. 새로운 화폐를 만들거나 스마트 계약을 구현하는 것만이 아니다. 블록체인이 가진 분산화의 원리가 기존의 가치체인과 권력관계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가까지 포함한다.

저자에게 블록체인의 가능성은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을 넘어 기존의 사회와 산업구조가 재편될 가능성과 연결되어 있다.

씨앗에서 새로운 생태계로

책 전체를 관통하는 ‘씨앗’의 비유는 이 지점에서 완성된다. 저자는 블록체인을 처음에는 작은 씨앗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앞으로 만들어질 미래가 들어 있는 존재로 바라본다.

비트코인에서 블록체인이 등장하고, 오픈소스로 확산되면서 여러 암호화폐가 생겨났다. 이더리움과 스마트 계약은 활용 가능성을 넓혔고, 분산형 애플리케이션은 블록체인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발전시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저자는 이러한 변화가 계속되면 블록체인이 기존의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리고 새로운 생태계는 경제시스템과 정치·사회구조의 변화에서 더 나아가 이를 ‘문명의 이동’이라는 표현으로까지 확장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러한 표현은 블록체인의 미래가 확정되었다는 의미보다 저자가 당시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얼마나 크게 바라보았는지를 보여주는 전망으로 읽는 것이 적절하다.

블록체인이 무엇이 될 수 있는지를 생각하다

[블록체인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는 블록체인의 기술적인 구조를 상세하게 설명하는 데 목적을 둔 책이 아니다. 블록체인이 어디에서 시작되었고 어떻게 확장되었으며 그 안에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를 하나의 이야기처럼 따라간다.

비트코인에서 블록체인이 등장하고, 오픈소스를 통해 확산되며, 이더리움과 스마트 계약을 통해 활용 가능성이 넓어진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분산화의 원리가 기존의 가치체인과 권력관계를 변화시킬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이를 씨앗이 싹을 틔우고 나무가 되어 숲을 만드는 과정에 비유한다.

[블록체인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는 비트코인에서 출발한 블록체인이 무엇으로 발전할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책이다.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을 구분하고, 오픈소스를 통한 확산과 이더리움·스마트 계약으로 이어지는 변화를 살펴보며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넓혀간다. 그 중심에는 분산화와 권력이동이 있다. 

저자는 이러한 변화가 기존의 가치체인을 해체하고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갈 가능성까지 전망한다. 블록체인을 암호화폐에 사용되는 하나의 기술로 바라보는 데서 벗어나 그 안에 어떤 변화의 가능성이 들어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 그것이 이 책이 던지는 핵심적인 문제다. © 연암사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AI 시대, 대학 교수는 어떻게 변화하고 적응해야 하는가

대학 강의실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학생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을 생성형 AI에 물어보고, 과제를 작성할 때도 AI의 도움을 받는다. 프로그래밍 코드를 만들거나 외국어 자료를 번역하는 일에도 AI를 활용한다. 과거에는 교수의 설명이나 교재에 의존해야 했던 학습 활동을 이제는 학생 스스로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대학 교수에게 새로운 과제를 안겨준다. AI가 필요한 지식을 설명하고 학생의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교수는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학생들이 AI를 일상적으로 활용하는 환경에서 수업과 평가는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장준호 교수의 [AI 중심대학]은 이러한 문제를 가상의 하버스톤 대학교가 변화하는 과정을 통해 살펴본다. 재정 위기에 놓인 대학이 AI를 교육과 운영에 도입하면서 교수의 역할과 학습 방식, 학과 조직을 새롭게 설계하는 이야기다. 이 책에서 주목할 부분은 AI가 교수를 대신할 수 있다는 가능성보다, AI가 교육의 일부를 담당하게 될 때 교수는 어떤 역할에 더 집중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다. 지식을 설명하는 일에서 이해를 이끄는 일로 대학 교수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는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축적된 지식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학생들은 AI를 통해 다양한 개념을 설명받고, 이해하지 못한 내용을 반복해서 질문하며, 필요한 자료를 찾아볼 수 있다. 학생의 수준에 맞춰 설명의 난이도를 조절하거나 추가적인 예시를 제시하는 일도 가능해졌다. 그렇다면 교수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AI가 지식을 설명할 수 있다고 해서 학생이 그 지식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AI의 설명이 정확한지 판단하고, 중요한 내용과 그렇지 않은 내용을 구분하며, 서로 다른 개념을 연결해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에는 여전히 학문적 전문성이 필요하다. 교수는 이러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학생이 지식을 받아들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생각으로 발전시키도록 도와야 한다. [AI 중심대학]의 하버스톤 대학교에서는 AI 에이전트가 기초 학습과 반복...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법은 얼마나 믿을 만한가

기업과 조직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리스크를 관리한다. 재무적 손실의 가능성을 분석하고 산업재해와 제품 안전 문제에 대비한다. 새로운 기술이나 프로젝트가 실패할 가능성을 검토하고 컴퓨터 보안과 사기, 평판 훼손과 소송 위험도 관리한다. 이를 위해 위험을 식별하고 발생 가능성과 영향을 평가한다.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위험의 크기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하며 필요한 대응책을 마련한다. 그런데 이러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연암사 출판사에서 출간한 더글러스 W. 허버드의 [리스크 관리 펀드멘탈]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간다. 어떤 리스크가 존재하는지를 묻기 전에 그 리스크를 판단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 얼마나 믿을 만한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이 다루는 위험의 범위는 넓다. 재무 리스크와 자연재해, 산업재해, 제품 안전, 기술과 프로젝트 실패, 컴퓨터 보안, 사기, 평판 손상과 소송까지 포괄한다. 그러나 서로 다른 위험을 관통하는 문제는 하나다. 어떤 리스크 분석 방법이 실제로 효과가 있으며,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리스크 관리에도 ‘건강한 회의론’이 필요하다 책의 제1부는 ‘리스크 관리를 위한 건강한 회의론’에서 시작한다. 이어 리스크 관리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본 뒤 ‘효과가 있는지 어떻게 아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이 순서는 책의 문제의식을 잘 보여준다. 조직에 리스크 관리 절차가 있고 정기적으로 위험을 평가하며 보고서를 작성한다고 해서 그 방법의 효과까지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리스크 관리 활동의 존재가 아니라 그 활동이 실제로 판단을 개선하는가이다. 위험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게 하는가. 중요한 위험과 그렇지 않은 위험을 제대로 구분하는가. 제한된 자원을 어디에 투입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는가. 허버드가 요구하는 ‘건강한 회의론’은 리스크 관리 자체를 부정하는 태도가 아니다. 리스크 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 사용하...

기업의 책임과 위험을 관리하는 내부감사

기업은 매일 크고 작은 결정을 내린다.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고, 다른 기업을 인수하며, 새로운 시장에 진출한다. 때로는 회사를 분할하거나 자회사를 설립한다. 이러한 결정이 기업에 새로운 기회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손실과 책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위험을 완전히 없애는 일이 아니다. 기업이 어떤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지 알고, 중요한 의사결정이 적절한 절차를 거쳐 이루어지는지 확인하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이를 발견하고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내부감사다. 반도헌 저자의 [기업 내부감사]는 내부감사를 기업의 잘못을 찾아내는 사후 점검 활동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기업의 의사결정과 위험관리, 내부통제와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독립적으로 확인하는 기능으로 바라본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은 감사기법보다 먼저 기업이라는 조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살펴본다. 내부감사를 이해하려면 기업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아야 한다 책의 첫 번째 주제는 ‘기업의 본질, 대리인 비용과 거버넌스’이다. 내부감사에 관한 책이 기업의 본질에서 시작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기업에서는 주주와 이사회, 경영진을 비롯한 여러 사람이 서로 다른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움직인다. 주주는 기업의 중요한 권한을 이사회와 경영진에게 맡기고, 경영진은 그 권한을 바탕으로 수많은 의사결정을 내린다. 그러나 권한을 맡은 사람이 언제나 기업을 위해 최선의 판단을 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정보를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 차이가 생기고, 개인의 이해관계와 회사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도 있다.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이나 부정이 기업 전체에 큰 손실을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기업에 이사회와 감사위원회, 내부통제와 내부감사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누군가에게 권한을 맡겼다면 그 권한이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내부감사의 역할도 분명해진다. 단순히 업무상의 잘못을 찾아내는 데 그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