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자신의 ‘업’을 찾는 것에서 창업은 시작된다


창업이라고 하면 흔히 직장을 그만두고 회사를 세우거나 사업자등록을 하는 일을 떠올린다. 성공하면 큰 보상을 얻을 수 있지만 실패하면 경제적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선택이라는 생각도 따라붙는다.

김용태 저자의 [뜻밖의 창업]은 이러한 창업의 개념부터 다르게 바라보는 책이다. 저자가 말하는 창업은 모두가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자신의 ‘업(業)’을 발견하고 그것을 향해 첫걸음을 내딛는 것이 창업이다. 그것이 비즈니스로 연결되면 사업이 되고, 자신의 업에 맞는 직장을 찾으면 취업이 된다.

이러한 구분은 [뜻밖의 창업]을 이해하는 출발점이다. 창업을 사업의 시작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발견하고 직접 시작하는 과정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디지털 혁명은 일하는 환경을 바꾸었다

저자가 창업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는 배경에는 디지털 혁명이 있다. 1990년대부터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사람들은 기존의 오프라인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직접 연결되고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저자는 이러한 환경이 1인 비즈니스와 1인 미디어 등 개인이 독립적인 경제활동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대했다고 설명한다.

이를 책에서는 “I am a business”, “I am a brand”라는 표현으로 설명한다. 스마트폰의 확산은 이러한 변화를 더욱 가속했다. 개인이 언제 어디서나 연결되고 콘텐츠와 데이터를 생산할 수 있는 모바일 환경이 만들어졌고, 저자는 이러한 흐름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당시의 4차 산업혁명 담론으로 연결한다.

이러한 기술 변화에서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새로운 기기의 등장이 아니다. 일하고 연결되고 가치를 만드는 환경 자체가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세상은 바뀌었는데 생각은 그대로다

[뜻밖의 창업]의 문제의식은 변화한 환경과 기존의 생각 사이의 간극에서 시작된다. 저자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비롯한 디지털 기술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사회를 빠르게 변화시켰지만 사람들이 일과 직업을 바라보는 생각은 여전히 산업시대의 관성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한다.

책에서는 이러한 인식의 간극을 당시 한국 사회의 실업과 결혼·출산, 세대 갈등을 비롯한 여러 사회문제와도 연결한다. 이는 사회문제의 원인에 대한 저자의 강한 진단으로 읽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책이 제기하는 기본적인 문제는 일하는 환경이 달라졌다면 일과 직업, 창업과 사업을 바라보는 생각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 변화의 출발점으로 창업을 제시한다.

창업과 사업은 다르다

[뜻밖의 창업]에서 말하는 창업을 이해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창업과 사업을 구분하는 것이다. 저자는 “창업밖에는 없습니다”라고 말할 만큼 창업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지만, 곧이어 “모두 사업하라는 얘기가 아니라 당신의 업을 찾아 나서는 여행을 시작해보자는 것”이라고 그 의미를 설명한다.

이 책에서 창업은 사업자 등록이나 회사 설립보다 넓은 개념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SNS에 올리는 것도 창업이 될 수 있고, 책을 쓰는 일이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직접 만들어보는 일도 창업이 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사업의 규모와 성공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의미를 느끼는 일을 발견하고 실제로 시작하는 것이다.

돈보다 자신의 ‘업’을 따라가다

저자가 창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업’이다. 책은 “사업하려면 돈을 쫓아가지 말고 자신의 업을 쫓아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발견하고 작은 첫걸음을 내딛다 보면 그것이 예상하지 못했던 사업의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 사례로 이베이 창업자 피에르 오미디아르를 소개한다. 오미디아르는 처음부터 거대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 온라인 경매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개인적인 필요에서 시작한 작은 시도가 이후 사업으로 발전했다.

책 제목의 ‘뜻밖’도 이러한 시작의 방식과 연결된다. 거창한 사업계획보다 자신이 좋아하거나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직접 만들어보는 작은 시도가 예상하지 못했던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창업 이후에는 사업의 원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뜻밖의 창업]은 자신의 업을 발견하고 첫걸음을 내딛으라는 이야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자신의 업이 비즈니스로 발전한다면 사업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다음 문제가 생긴다.

저자는 산업문명에서 ‘스마트 문명’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면서 사업의 규칙도 달라졌다고 주장한다. 이를 ‘사물의 경제논리에서 정보의 경제논리로’, ‘시장에서 플랫폼으로’라는 변화로 설명한다. 책의 3부와 4부에서는 이러한 새로운 사업의 원리를 여러 사례와 함께 살펴본다.

이 부분은 책의 창업론을 비즈니스의 문제와 연결한다. 창업의 출발은 자신의 업을 찾는 데 있지만 그것이 사업으로 이어지려면 달라진 환경에서 가치가 만들어지는 방식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의 창업에서 창업 생태계로

책의 시선은 개인에서 사회로도 확장된다. 새로운 시도에는 실패가 따른다. 모든 창업이 성공할 수 없으며 사업을 시작했다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저자는 새로운 시도와 모험을 격려하고 혁신을 보상하는 사회가 좋은 공동체라고 말한다.

특히 성공을 개인의 능력만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의 실패와 시행착오가 축적되어 새로운 성공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보고, 이를 씨앗과 토양, 꽃의 관계에 비유한다.

창업을 활성화하려면 개인에게 도전을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저자의 관점이다. 새로운 시도를 인정하고 실패를 사회적 경험으로 축적하며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창업 생태계가 함께 필요하다.

창업을 삶의 방식으로 바라보다

[뜻밖의 창업]에서 창업의 의미는 마지막에 다시 개인의 삶으로 돌아온다. 저자는 21세기를 ‘유목민의 시대’라고 표현한다. 익숙하고 안정적인 곳에 머물기보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세계로 나아가야 뜻밖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창업을 ‘진정성 있는 삶의 양식’이라고 표현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이 책에서 창업과 취업은 반드시 서로 반대되는 선택이 아니다. 자신의 업이 비즈니스로 이어지면 사업이 될 수 있고, 자신의 업에 맞는 직장을 찾으면 취업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고용형태를 선택했는가보다 자신의 업을 발견했는가에 있다.

[뜻밖의 창업]이 말하는 창업의 출발점은 회사도 자본도 아니다. 자신의 업이다. [뜻밖의 창업]은 창업을 회사를 세우거나 사업을 시작하는 일로 한정하지 않는다. 저자가 말하는 창업은 자신의 ‘업’을 발견하고 그것을 향해 첫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그 업이 비즈니스로 연결되면 사업이 되고 자신의 업에 맞는 직장을 찾으면 취업이 될 수 있다.

디지털 혁명으로 개인이 직접 연결되고 가치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확대된 만큼 일과 직업을 바라보는 생각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자신의 업을 찾고 작은 시도를 시작하며, 그것이 사업으로 발전한다면 달라진 사업의 원리를 이해하는 것. [뜻밖의 창업]은 이 과정에서 창업의 새로운 의미를 찾는다. © 연암사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AI 시대, 대학 교수는 어떻게 변화하고 적응해야 하는가

대학 강의실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학생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을 생성형 AI에 물어보고, 과제를 작성할 때도 AI의 도움을 받는다. 프로그래밍 코드를 만들거나 외국어 자료를 번역하는 일에도 AI를 활용한다. 과거에는 교수의 설명이나 교재에 의존해야 했던 학습 활동을 이제는 학생 스스로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대학 교수에게 새로운 과제를 안겨준다. AI가 필요한 지식을 설명하고 학생의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교수는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학생들이 AI를 일상적으로 활용하는 환경에서 수업과 평가는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장준호 교수의 [AI 중심대학]은 이러한 문제를 가상의 하버스톤 대학교가 변화하는 과정을 통해 살펴본다. 재정 위기에 놓인 대학이 AI를 교육과 운영에 도입하면서 교수의 역할과 학습 방식, 학과 조직을 새롭게 설계하는 이야기다. 이 책에서 주목할 부분은 AI가 교수를 대신할 수 있다는 가능성보다, AI가 교육의 일부를 담당하게 될 때 교수는 어떤 역할에 더 집중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다. 지식을 설명하는 일에서 이해를 이끄는 일로 대학 교수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는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축적된 지식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학생들은 AI를 통해 다양한 개념을 설명받고, 이해하지 못한 내용을 반복해서 질문하며, 필요한 자료를 찾아볼 수 있다. 학생의 수준에 맞춰 설명의 난이도를 조절하거나 추가적인 예시를 제시하는 일도 가능해졌다. 그렇다면 교수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AI가 지식을 설명할 수 있다고 해서 학생이 그 지식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AI의 설명이 정확한지 판단하고, 중요한 내용과 그렇지 않은 내용을 구분하며, 서로 다른 개념을 연결해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에는 여전히 학문적 전문성이 필요하다. 교수는 이러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학생이 지식을 받아들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생각으로 발전시키도록 도와야 한다. [AI 중심대학]의 하버스톤 대학교에서는 AI 에이전트가 기초 학습과 반복...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법은 얼마나 믿을 만한가

기업과 조직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리스크를 관리한다. 재무적 손실의 가능성을 분석하고 산업재해와 제품 안전 문제에 대비한다. 새로운 기술이나 프로젝트가 실패할 가능성을 검토하고 컴퓨터 보안과 사기, 평판 훼손과 소송 위험도 관리한다. 이를 위해 위험을 식별하고 발생 가능성과 영향을 평가한다.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위험의 크기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하며 필요한 대응책을 마련한다. 그런데 이러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연암사 출판사에서 출간한 더글러스 W. 허버드의 [리스크 관리 펀드멘탈]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간다. 어떤 리스크가 존재하는지를 묻기 전에 그 리스크를 판단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 얼마나 믿을 만한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이 다루는 위험의 범위는 넓다. 재무 리스크와 자연재해, 산업재해, 제품 안전, 기술과 프로젝트 실패, 컴퓨터 보안, 사기, 평판 손상과 소송까지 포괄한다. 그러나 서로 다른 위험을 관통하는 문제는 하나다. 어떤 리스크 분석 방법이 실제로 효과가 있으며,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리스크 관리에도 ‘건강한 회의론’이 필요하다 책의 제1부는 ‘리스크 관리를 위한 건강한 회의론’에서 시작한다. 이어 리스크 관리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본 뒤 ‘효과가 있는지 어떻게 아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이 순서는 책의 문제의식을 잘 보여준다. 조직에 리스크 관리 절차가 있고 정기적으로 위험을 평가하며 보고서를 작성한다고 해서 그 방법의 효과까지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리스크 관리 활동의 존재가 아니라 그 활동이 실제로 판단을 개선하는가이다. 위험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게 하는가. 중요한 위험과 그렇지 않은 위험을 제대로 구분하는가. 제한된 자원을 어디에 투입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는가. 허버드가 요구하는 ‘건강한 회의론’은 리스크 관리 자체를 부정하는 태도가 아니다. 리스크 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 사용하...

기업의 책임과 위험을 관리하는 내부감사

기업은 매일 크고 작은 결정을 내린다.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고, 다른 기업을 인수하며, 새로운 시장에 진출한다. 때로는 회사를 분할하거나 자회사를 설립한다. 이러한 결정이 기업에 새로운 기회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손실과 책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위험을 완전히 없애는 일이 아니다. 기업이 어떤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지 알고, 중요한 의사결정이 적절한 절차를 거쳐 이루어지는지 확인하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이를 발견하고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내부감사다. 반도헌 저자의 [기업 내부감사]는 내부감사를 기업의 잘못을 찾아내는 사후 점검 활동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기업의 의사결정과 위험관리, 내부통제와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독립적으로 확인하는 기능으로 바라본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은 감사기법보다 먼저 기업이라는 조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살펴본다. 내부감사를 이해하려면 기업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아야 한다 책의 첫 번째 주제는 ‘기업의 본질, 대리인 비용과 거버넌스’이다. 내부감사에 관한 책이 기업의 본질에서 시작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기업에서는 주주와 이사회, 경영진을 비롯한 여러 사람이 서로 다른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움직인다. 주주는 기업의 중요한 권한을 이사회와 경영진에게 맡기고, 경영진은 그 권한을 바탕으로 수많은 의사결정을 내린다. 그러나 권한을 맡은 사람이 언제나 기업을 위해 최선의 판단을 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정보를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 차이가 생기고, 개인의 이해관계와 회사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도 있다.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이나 부정이 기업 전체에 큰 손실을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기업에 이사회와 감사위원회, 내부통제와 내부감사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누군가에게 권한을 맡겼다면 그 권한이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내부감사의 역할도 분명해진다. 단순히 업무상의 잘못을 찾아내는 데 그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