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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의 변화에서 메타버스의 본질을 찾다


메타버스라고 하면 흔히 가상현실과 아바타, 3D 공간과 게임을 떠올린다. 새로운 가상세계가 현실과 별개로 만들어지고 사람들이 그곳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상상하기도 한다.

김용태 저자의 [웹3.0 메타버스]는 메타버스를 조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다. 저자는 메타버스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새로운 세계가 아니라고 말한다.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다는 의미에서 보면 인터넷 역시 이미 메타버스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메타버스의 미래를 이야기하기 전에 웹의 역사부터 돌아본다. 1990년대 인터넷과 웹에서 시작해 웹2.0과 스마트폰을 거쳐 웹3.0으로 이어지는 변화 속에서 메타버스의 형성과정을 추적한다. 책을 관통하는 저자의 주장은 제목에 그대로 담겨 있다.

“메타버스는 웹3.0이다.”

메타버스는 이미 시작되어 있었다

저자는 “메타버스가 오고 있다”는 표현에 동의하지 않는다. 스크린 너머의 공간이나 인터넷처럼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서는 세계까지 메타버스의 범위에서 바라본다면 메타버스는 이미 우리 곁에 존재해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메타버스를 특정한 기기나 플랫폼에서 분리해 바라보게 한다. VR 기기를 착용하고 들어가는 가상공간만을 메타버스로 이해한다면 메타버스의 역사는 비교적 최근에 시작된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이 물리적 공간을 넘어 연결되고 새로운 관계와 활동을 만들어온 과정까지 포함하면 메타버스의 역사는 웹의 역사와 연결된다. [웹3.0 메타버스]가 메타버스의 ‘본모습’을 이해하기 위해 웹3.0을 살펴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웹의 역사에서 메타버스의 형성과정을 보다

책의 제1부는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터넷과 웹의 차이, 하이퍼텍스트와 팀 버너스 리에서 출발해 사람들이 새로운 사이버 공간으로 이동하기 시작한 과정을 살펴본다.

이어 웹2.0에서는 중요한 변화가 나타난다. 블로그를 통해 소비자가 생산자로 참여하고, 위키피디아를 비롯한 여러 사례를 통해 집단지성이 형성된다. 웹은 정보를 찾아다니는 공간에서 사람들이 직접 참여하고 콘텐츠와 가치를 만들어가는 공간으로 변화한다.

스마트폰의 등장은 다시 한번 환경을 바꾼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결이 확대되고, 사람들이 이동하면서 만들어내는 정보가 데이터로 축적된다. 책은 이러한 변화에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살펴보며 메타버스가 점차 형체를 갖추어가는 과정을 설명한다.

결과적으로 이 책에서 메타버스는 하나의 기술이 만들어낸 결과라기보다 웹이 변화하면서 형성되어온 새로운 환경이다.

웹3.0에서 메타버스의 구조를 읽다

웹의 역사를 따라간 책은 제2부에서 웹3.0으로 들어간다. 여기에서는 블록체인과 인공지능, 집단지성, VR과 햅틱 기술 등이 메타버스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살펴본다.

저자는 블록체인을 메타버스의 ‘엔진’, 인공지능을 ‘두뇌’, 집단지성을 ‘심장’에 비유한다. VR과 웨어러블 기술은 사람들이 메타버스에 들어가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드는 요소로 설명한다. 이러한 설명에서 중요한 것은 메타버스를 하나의 기술과 동일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러 기술과 사람들의 참여, 콘텐츠와 플랫폼이 결합하면서 새로운 웹의 생태계가 만들어진다는 것이 저자의 관점이다. 책이 메타버스의 본모습을 웹3.0에서 찾는 것도 이 때문이다.

메타버스의 작동 원리를 살펴보다

책의 제3부는 메타버스가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를 살펴본다. 저자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대체현실을 구분하고 메타버스의 다양한 형태를 설명한다. 이어 메타버스 플랫폼이 갖추어야 할 요소로 콘텐츠(Content), 커뮤니티(Community), 커머스(Commerce), 즉 ‘3C’를 제시한다.

콘텐츠는 사람들이 메타버스로 들어오게 하고, 참여자들이 모이면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며, 그 안에서 새로운 경제활동이 이루어진다는 설명이다. 저자가 메타버스를 ‘놀이터이자 일터’로 바라보는 것 그런 이유 때문이다. 사람들이 이미 만들어진 가상공간을 구경하는 데 머물지 않고 직접 콘텐츠를 만들고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경제활동에도 참여하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NFT는 메타버스의 경제와 어떻게 연결되는가

이러한 메타버스의 경제를 설명하면서 책이 중요하게 다루는 개념이 NFT다. 책은 토큰과 대체불가토큰의 차이,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을 보증하기 어려운 이유, 블록체인이 이중 지불의 문제를 해결하는 원리 등을 설명하면서 NFT가 등장한 배경을 살펴본다.

저자는 NFT가 웹3.0 메타버스에서 새로운 경제활동의 가능성을 열어줄 것으로 전망한다. 책에는 누구나 자신의 것을 NFT로 만들어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강한 기대도 담겨 있다.

이러한 전망은 NFT와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당시의 기술적·시장적 맥락 속에서 읽을 필요가 있다. 책의 논리에서 더 중요한 것은 NFT 자체의 투자 가치보다 디지털 공간에서 만들어진 것에 소유와 거래의 개념을 부여하려는 변화다.

메타버스의 본질에서 ‘서사’를 발견하다

[웹3.0 메타버스]의 논의에서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메타버스와 스토리텔링의 관계다. 저자는 게임의 본질을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에서 찾지 않는다. 게임의 본질은 스토리텔링이며, 특히 다른 사람과 함께 만들어가는 ‘인터랙티브 서사’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메타버스의 본질 역시 3D 그래픽이나 게임 CG보다 서사에 있다고 본다.

이 관점은 메타버스에서 사람의 역할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사람들은 완성된 세계를 수동적으로 바라보는 관객이 아니라 그 세계에 참여해 다른 사람과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존재가 된다. 메타버스의 핵심을 공간의 화려함보다 참여와 서사에서 찾는 것이다.

ARG는 메타버스의 참여방식을 보여준다

이러한 관점에서 책이 본격적으로 다루는 개념이 ARG(Alternate Reality Game), 즉 대체현실게임이다. 저자는 NFT와 함께 ARG를 메타버스를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축으로 제시하며, 특히 ARG가 메타버스의 DNA를 잘 설명한다고 본다.

ARG에서는 하나의 이야기가 한 공간에 완성된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야기의 단서가 여러 매체와 공간에 흩어져 있고 참여자들이 그것을 발견하고 연결하면서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간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넘나들고, 여러 사람이 참여하며, 하나의 서사를 함께 완성한다는 특징은 앞서 저자가 설명한 메타버스의 성격과 연결된다.

ARG는 이 책에서 그저 흥미로운 게임 사례 하나가 아니다.  메타버스에서 사람들이 콘텐츠와 이야기에 어떻게 참여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모델이다.

참여가 달라지면 마케팅도 달라진다

ARG에 대한 논의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마케팅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메타버스를 상품과 스토리를 여러 곳에 분산시키고 고객과 함께 그것을 찾아가는 게임이 이루어지는 시공간으로 설명한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소비자의 역할도 달라진다. 기업이 만든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소비자가 아니라 콘텐츠와 이야기에 참여하고 다른 사람과 함께 의미를 만들어가는 존재가 된다.

그래서 책은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트랜스미디어, 집단지성을 활용하는 방식, ARG 등을 새로운 마케팅의 문법과 연결한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 다루는 “소비자는 파트너다”, “쇼핑은 경험이다”, “마케팅은 게임이다”라는 표현은 이러한 변화의 방향을 압축한다.

웹의 변화가 사람들의 참여방식을 바꾸고, 참여방식의 변화가 상품과 마케팅의 변화로 이어진다는 것이 책의 논리다.

메타버스를 웹의 변화로 다시 읽다

[웹3.0 메타버스]에는 메타버스의 미래에 대한 강한 기대가 담겨 있다. 저자는 메타버스로의 이동을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인류 역사에 뿌리를 둔 변화로 바라보고, 인간성과 자유, 사랑, 공동체 정신의 회복이라는 인문학적 의미까지 부여한다. 이러한 주장은 메타버스의 미래에 대한 저자의 전망과 해석으로 구분해 읽을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의 중심적인 관점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메타버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특정 플랫폼이나 새로운 기기만 바라보아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1990년대 웹에서 웹2.0과 스마트폰으로 이어지는 변화, 블록체인과 인공지능, 집단지성이 결합하는 웹3.0의 구조, NFT를 통한 디지털 자산의 소유, ARG를 통한 참여와 서사의 변화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 이렇게 보면 메타버스는 하나의 가상공간보다 웹이 변화해가는 과정에 가깝다.

[웹3.0 메타버스]는 메타버스를 갑자기 등장한 가상세계가 아니라 웹의 역사 속에서 형성되어온 변화로 바라보는 책이다. 인터넷과 웹2.0, 스마트폰을 거쳐 웹3.0으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메타버스의 형성과정을 살펴보고, 블록체인과 인공지능, 집단지성, NFT와 ARG를 통해 그 작동 원리를 설명한다.

특히 메타버스의 본질을 화려한 3D 공간보다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방식에서 찾는다. 웹이 달라지면 사람들이 연결되고 참여하며 가치를 만드는 방식도 달라진다. ‘메타버스는 웹3.0이다’라는 저자의 명제는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관점이다. © 연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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