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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클래식을 즐길 수 있을까


클래식 음악을 들어보려고 마음먹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포기한 경험이 있는가. 유명한 작곡가의 작품이라는 설명을 듣고 음악을 재생했지만, 어디에 귀를 기울여야 할지 몰라 막막해질 때가 있다. 처음에는 아름답게 들리던 선율도 시간이 지나면 비슷하게 느껴지고, 곡이 끝나도 무엇을 들었는지 설명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면 클래식은 특별한 지식을 갖춘 사람만 즐길 수 있는 음악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악기를 배운 적도 없고 악보를 읽을 줄도 모르니 자신에게는 어려운 음악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음악을 즐기기 위해 반드시 음악을 전공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지협 작가의 [왜 내 귀에는 클래식이 안 들리는 걸까]는 클래식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느끼는 이러한 거리감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음악 전공자가 아니라 건축가다. 30년 넘게 클래식을 즐겨온 그는 건축물을 바라보는 시선과 음악을 듣는 경험을 연결하며, 비전공자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클래식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클래식은 왜 어렵게 느껴질까

우리는 클래식을 즐기려면 먼저 많은 것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작곡가의 생애와 작품을 잘 알고, 소나타나 교향곡 같은 음악 형식을 이해하며, 연주에 사용되는 악기들의 특징도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지식은 클래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음악이 만들어진 시대와 작곡가의 의도를 알면 작품을 더 깊이 감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음악을 듣기 전에 모든 것을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건축물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기 위해 건축학을 공부할 필요는 없다. 건물의 구조와 설계 원리를 몰라도 공간이 주는 인상이나 그 안에서 느끼는 편안함을 경험할 수 있다. 클래식도 마찬가지다. 음악 이론을 잘 알지 못하더라도 선율이 주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고, 악기들이 어우러지는 소리를 즐길 수 있다. 어떤 부분에서는 마음이 편안해지고, 다른 부분에서는 긴장이나 흥분을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경험도 음악 감상의 중요한 부분이다. 클래식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음악을 듣기 전에 너무 많은 것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감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자신이 얼마나 모르는지를 걱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음악을 즐기는 일은 지식을 확인하는 시험과 다르다.

음악을 잘 아는 것과 즐기는 것은 다르다

클래식에 관한 지식이 많다는 것과 클래식을 즐긴다는 것은 서로 관련이 있지만 같은 의미는 아니다. 작곡가의 이름과 작품 번호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음악 형식을 분석할 수 있어도 그 음악을 즐기지 못할 수 있다. 반대로 음악에 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해도 어떤 선율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을 수 있다. 음악을 분석하는 능력과 음악을 감상하는 경험은 서로 다른 영역이기 때문이다.

[왜 내 귀에는 클래식이 안 들리는 걸까]는 이러한 차이에 주목한다. 저자는 클래식을 감상할 때 처음부터 모든 것을 이해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고 제안한다. 작곡가의 생애나 작품의 배경을 공부하는 일도 의미가 있지만, 그것이 음악을 즐기기 위한 필수 조건은 아니다.

처음에는 자신이 어떤 소리에 끌리는지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조용하게 이어지는 피아노 선율이 마음에 들 수도 있고, 여러 악기가 함께 연주하는 웅장한 소리에 매력을 느낄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현악기의 부드러운 소리를 좋아하고, 다른 사람은 관악기의 선명한 음색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취향에는 정해진 답이 없다. 음악을 들으면서 무엇을 느꼈는지 정확한 용어로 설명하지 못해도 괜찮다. 자신이 좋아하는 소리를 발견하고 그 음악을 다시 듣고 싶어진다면 이미 감상을 시작한 것이다. 좋아하는 작품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작곡가가 궁금해지고, 같은 작품을 연주한 다른 연주자의 음반도 찾아보게 된다. 음악에 대한 관심이 깊어질수록 필요한 지식도 조금씩 늘어난다. 지식을 먼저 쌓아야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즐기면서 지식을 넓혀갈 수도 있는 것이다.

건축가의 시선으로 음악을 바라보다

건축물은 여러 요소가 모여 하나의 공간을 이룬다. 기둥과 벽, 창문과 계단은 저마다 다른 역할을 하지만 서로 연결되어 전체적인 구조를 만든다. 음악도 여러 소리가 어우러져 하나의 작품을 이룬다. 어떤 악기는 중심이 되는 선율을 연주하고, 다른 악기는 그 선율을 받쳐준다. 비슷한 가락이 반복되다가 조금씩 달라지기도 하고, 조용하게 시작한 음악이 여러 악기의 소리와 함께 점차 커지기도 한다.

처음 클래식을 들을 때는 이러한 변화를 모두 알아차리기 어렵다. 하지만 조금씩 귀를 기울이면 음악에도 일정한 흐름과 구조가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예를 들어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을 때 처음부터 모든 악기의 소리를 구별하려고 할 필요는 없다. 먼저 가장 잘 들리는 선율을 따라가 볼 수 있다. 그러다가 다른 악기가 그 선율에 어떻게 어울리는지, 음악의 분위기가 어디에서 달라지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건축물의 전체 모습을 바라보다가 기둥과 창문의 배치를 하나씩 발견하듯, 음악에서도 처음에는 들리지 않던 소리와 관계를 차츰 알아차릴 수 있다. 이러한 감상에는 반드시 어려운 음악 용어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음악을 하나의 공간처럼 생각하고 그 안에서 소리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느껴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경험이 가능하다. 이러한 건축가의 시선은 음악 이론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소리의 구조를 친숙하게 받아들이도록 돕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클래식은 어떻게 일상의 음악이 되는가

클래식을 즐기기 위해 특별한 시간이나 장소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공연장에서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듣는 경험도 의미가 있지만, 집에서 음악을 틀어놓거나 산책하며 좋아하는 곡을 듣는 것도 클래식을 즐기는 방법이다. 음악을 얼마나 많이 아는지가 아니라 자신의 일상에서 음악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가 출발점이다. 어떤 날에는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싶을 수 있다. 다른 날에는 힘찬 연주를 들으며 기분을 바꾸고 싶을 수도 있다. 같은 음악이라도 그날의 기분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들린다. 처음에는 별다른 느낌이 없었던 곡이 어느 날 갑자기 마음에 와닿기도 한다.

이처럼 음악 감상은 한 번의 경험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좋아하는 곡을 여러 번 듣다 보면 처음에는 알아차리지 못했던 선율이나 악기의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익숙해진 음악에서 새로운 부분을 발견하는 즐거움도 생긴다. 이지협 작가가 오랜 시간 클래식을 즐겨왔다는 사실은 이러한 감상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클래식은 반드시 이해하고 정복해야 할 어려운 대상이 아니라 오랫동안 곁에 두고 반복해서 만날 수 있는 음악이다.

클래식을 즐기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처음 클래식을 듣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많은 지식보다 음악에 익숙해질 시간일 수 있다. 처음부터 긴 교향곡을 끝까지 집중해서 들을 필요는 없다. 마음에 드는 짧은 곡부터 시작해도 좋다. 선율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부분을 반복해서 듣거나, 좋아하는 악기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볼 수도 있다.

모든 음악을 좋아해야 할 필요도 없다. 유명한 작품이라도 자신의 취향과 맞지 않을 수 있고, 잘 알려지지 않은 곡에서 뜻밖의 즐거움을 발견할 수도 있다. 이러한 경험이 쌓이면 클래식은 더 이상 막연하게 어렵고 낯선 음악으로만 느껴지지 않는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품이 생기고, 음악을 듣는 방식도 조금씩 달라진다.

[왜 내 귀에는 클래식이 안 들리는 걸까]가 전하는 중요한 메시지도 여기에 있다. 클래식을 즐기는 사람이라고 반드시 악기를 연주하거나 음악 이론을 잘 아는 사람일 이유는 없다. 음악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이 듣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감상을 시작할 수 있다. 물론 음악에 관한 지식과 경험이 쌓일수록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많아진다. 그러나 그 지식은 음악을 즐길 자격을 증명하기 위한 조건이 아니라 감상의 폭을 넓혀주는 수단이다.

클래식을 즐기는 데 필요한 것은 모든 것을 이해하려는 부담보다 자신이 듣는 소리에서 즐거움을 발견하려는 태도다. 이지협 작가의 [왜 내 귀에는 클래식이 안 들리는 걸까]는 건축가이자 오랜 클래식 애호가의 시선으로,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클래식을 듣고 즐길 수 있음을 보여주는 책이다. © 연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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