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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지 않던 클래식은 어떻게 들리기 시작하는가


클래식을 좋아해 보고 싶어서 유명한 교향곡을 찾아 듣는다. 처음에는 집중해 보지만 곡이 길어지면 어느 순간 음악을 놓치게 된다. 작품명은 길고 복잡하며, 무엇을 알아야 제대로 듣는 것인지도 막막하다. 클래식이 자신의 귀에는 잘 들리지 않는다고 느끼는 순간이다.

이지협 건축가의 [왜 내 귀에는 클래식이 안 들리는 걸까]도 이 경험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음악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다. 공간을 설계하는 건축가이면서 30년 동안 클래식을 들어온 애호가다. 클래식을 처음부터 쉽게 이해했던 것도 아니다. 오랜 시간 직접 음악을 들으며 시행착오를 겪었고, 그 과정에서 자신에게 효과가 있었던 클래식 듣기의 방법을 정리했다.

그런 까닭에 이 책은 클래식에 관한 지식을 많이 전달하는 것보다 실제로 음악을 듣는 방법에 집중한다.

클래식에는 클래식에 맞는 듣기 방법이 있다

클래식이 어렵게 느껴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작품명부터 낯설다. 작곡가와 음악의 형식, 형식번호와 조성, 작품번호 등이 함께 붙는다. 연주 시간도 길다. 교향곡은 40분을 넘는 경우가 많고 오페라는 몇 시간 동안 이어지기도 한다.

익숙하지 않은 음악을 처음부터 오랫동안 집중해서 듣기란 쉽지 않다. 저자는 클래식의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작정 듣는 것보다 클래식에 맞는 듣기 방법을 익혀야 한다고 본다. 특히 긴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으려고 하면 집중력을 잃고 지루함을 느끼기 쉽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클래식이 잘 들리지 않는다고 해서 곧바로 자신의 음악적 감각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낯선 음악을 귀에 익숙하게 만드는 과정이 먼저 필요하다.

작품명을 볼 줄 아는 것에서 시작하다

저자가 제시하는 클래식 듣기의 첫 번째 단계는 ‘알다’이다. 그 시작은 작품명을 볼 줄 아는 것이다. 길고 복잡해 보이는 작품명의 모든 요소를 처음부터 공부할 필요는 없다. 저자는 우선 ‘작곡가 + 형식 + 형식번호’라는 기본적인 구성을 익히도록 안내한다.

예를 들어 ‘Beethoven + Symphony + No.3’이라는 구조를 이해하면 누가 작곡한 어떤 형식의 몇 번째 작품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조성과 작품번호, 악장명 등은 차츰 익혀도 된다.

작품명을 이해하는 것은 음악 지식을 과시하기 위한 일이 아니다. 자신이 지금 무엇을 듣고 있는지 알고, 마음에 드는 작품을 다시 찾아 들을 수 있게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끊어서 반복해서 듣다

[왜 내 귀에는 클래식이 안 들리는 걸까]에서 가장 핵심적인 방법은 ‘끊어서 반복 듣기’다. 클래식 작품은 길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긴 작품 전체를 한꺼번에 들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악장별로 나누어도 되고 10분씩 끊어도 된다. 자신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만큼 나눈 뒤 같은 부분을 반복해서 듣는다. 방법은 단순하지만 반복의 효과는 크다.

처음에는 하나의 긴 음악처럼 흘러가던 작품에서 익숙한 선율이 생기고, 반복되는 부분을 알아차리게 된다. 다음에 어떤 음악이 이어지는지도 조금씩 기억하게 된다.

저자는 새로운 작품을 들을 때마다 이 방법을 시도하도록 권한다. 클래식을 ‘이해한 다음 듣는 것’보다 반복해서 들으면서 익숙해지는 것에 무게를 두는 것이다.

좋아하는 음악부터 깊게 듣다

조금씩 음악이 들리기 시작하면 자신의 취향을 찾을 수 있다. 이 단계에서 저자는 클래식 듣기의 ‘편식’을 긍정한다.

좋아하는 악기가 있다면 그 악기를 중심으로 듣고, 마음에 드는 장르나 작곡가를 발견했다면 한동안 그것만 집중해서 들어도 좋다. 저자는 이러한 편식이 클래식 듣기를 자연스럽게 만들고 음악 감상의 저변을 단단하게 하며, 좋아하는 분야를 더 깊이 알아가게 하는 동기가 된다고 설명한다.

처음부터 클래식 전체를 골고루 알아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하나의 피아노곡을 좋아하게 되면 같은 작곡가의 다른 피아노곡으로 관심이 이어질 수 있고, 특정 연주자의 음악을 따라가다가 다른 작곡가와 작품을 발견할 수도 있다. 자신의 취향이 클래식의 방대한 세계를 탐색하는 길잡이가 된다.

연주자를 알면 듣는 기준이 생긴다

클래식에서는 같은 작품도 여러 연주자의 연주로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책은 주요 피아니스트와 바이올리니스트, 첼리스트, 지휘자와 오케스트라를 알아두는 단계를 마련한다.

저자는 이를 축구에 비유한다. 프리미어리그를 자세히 알지 못해도 주요 선수와 감독, 클럽을 알아가면 리그의 전체적인 구조가 보이고 경기를 볼 때 무엇에 주목해야 하는지 알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

클래식도 작곡가와 작품만으로 이루어진 세계가 아니다. 같은 작품을 누가 연주하고 어떤 지휘자가 어떤 오케스트라와 연주하는지를 알아갈수록 음악을 선택하는 기준도 생긴다. 작품을 듣는 경험이 쌓이면서 연주의 차이를 발견하는 즐거움도 커진다.

방대한 클래식에서 먼저 들어야 할 작품을 찾다

클래식의 세계는 방대하다. 수많은 작곡가와 작품 앞에서 무엇부터 들어야 할지 결정하기 어려운 것도 클래식 입문자가 겪는 문제다.

저자는 이 문제도 현실적으로 접근한다. 클래식 작품은 매우 많지만 역사적으로 주요하게 연주되고 사람들이 즐겨 듣는 작품은 어느 정도 한정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모든 작품을 알아야 클래식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작품부터 하나씩 익히고, 마음에 드는 작품이 생기면 그것을 중심으로 자신의 감상 범위를 넓혀가면 된다.

책의 부록에 ‘클래식 듣기의 단계별 지도’를 마련한 것도 이러한 이유다. 각 단계에서 들으면 좋은 주요 작품과 더 들어볼 작품, 단계별 기간 등을 정리해 방대한 클래식의 세계에서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했다.

반복해서 듣는 음악은 몸에 남는다

음악을 반복해서 듣다 보면 작품이 점차 기억에 남는다. 처음에는 낯설었던 선율을 알아차리고 다음에 이어질 부분을 예상하게 된다. 더 많이 들으면 작품 전체의 흐름이 머릿속에 자리 잡는다.

저자는 이처럼 작품을 외울 정도로 익숙해지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음악이 충분히 익숙해지면 감상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거나 지휘하듯 들어볼 수도 있고, 음악회에서 익숙한 작품을 실제 연주로 경험할 수도 있다.

저자는 자신이 생각하는 클래식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로 음악을 들으며 직접 지휘하는 것을 꼽는다.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집중해야 했던 음악이 반복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반응할 수 있는 음악으로 바뀌는 것이다.

여섯 단계로 듣는 경험을 쌓다

책은 이러한 과정을 여섯 단계로 구성한다.

알다 → 배우다 → 듣다 → 외우다 → 알아두다 → 즐기다.

작품명을 읽는 기본적인 방법을 익히고, 끊어서 반복해 듣는 방법을 배운다. 좋아하는 악기와 장르, 작곡가를 발견하고 주요 연주자와 오케스트라를 알아간다. 주요 작품을 익히고 반복해서 들어 작품이 몸에 익숙해지면 클래식을 즐기는 단계로 나아간다.

이 여섯 단계에서 지식과 듣기는 서로 분리되지 않는다. 작품명을 아는 것은 음악을 찾아 듣기 위해 필요하고, 연주자를 아는 것은 좋은 연주를 선택하는 기준이 된다. 작품을 알아두는 것은 다시 반복해서 듣고 기억하기 위한 토대가 된다.

아는 만큼 듣고, 듣는 만큼 익숙해지며, 익숙해질수록 더 깊이 즐길 수 있게 되는 과정이다.

클래식을 듣는 귀는 반복에서 만들어진다

[왜 내 귀에는 클래식이 안 들리는 걸까]의 마지막에서 저자는 자신의 오랜 경험을 하나의 문장으로 정리한다.

“음악은 많이 듣는 사람을 당해낼 수 없다.”

저자는 타고난 음악적 감각이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것 때문에 클래식을 미리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아무리 어렵게 느껴지는 음악이라도 많이 듣다 보면 점차 익숙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방법론도 결국 이 생각으로 모인다.

클래식을 듣기 위해 처음부터 방대한 음악사를 공부할 필요는 없다. 작품명을 볼 수 있는 정도의 기본적인 지식을 익히고,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찾아 집중할 수 있는 만큼 끊어서 반복해 들으면 된다. 좋아하는 악기와 작곡가를 따라가고 주요 작품과 연주자를 알아가면서 듣는 범위를 조금씩 넓힐 수 있다.

그 과정이 쌓이면 낯설었던 음악이 익숙해진다. 익숙해진 음악은 다시 듣고 싶어지고, 반복해서 들은 음악에서는 이전에 듣지 못했던 부분이 들리기 시작한다.

[왜 내 귀에는 클래식이 안 들리는 걸까]는 클래식에 관한 지식을 설명하는 데 머물지 않고 실제로 클래식을 듣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30년 동안 클래식을 들어온 건축가 이지협은 자신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작품명을 읽는 것에서 시작해 끊어서 반복해서 듣고, 좋아하는 음악을 깊게 들으며, 주요 연주자와 작품을 익혀 온전히 즐기는 과정을 여섯 단계로 정리한다.

그 중심에는 반복해서 듣는 경험이 있다. 처음부터 클래식 전체를 이해하려 하기보다 짧게 끊어서 듣고, 좋아하는 것부터 반복해서 들으면 낯설었던 음악이 점차 귀에 익숙해진다. 클래식을 듣는 귀는 타고난 재능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듣고 익숙해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이 이 책이 전하는 핵심적인 감상법이다. © 연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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