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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와 준법을 조직의 시스템으로 만드는 법


기업에는 많은 규정과 행동기준이 있다. 임직원이 지켜야 할 원칙을 정하고 업무별 절차를 만들며 법률과 규제에 따라 금지되는 행동도 명시한다. 그러나 규정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조직의 부정과 비리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영진이 실적을 위해 작은 위반을 묵인한다면 어떻게 될까. 구성원이 잘못된 관행을 발견하고도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면 어떨까. 윤리강령에 좋은 원칙을 적어놓았지만 실제 의사결정에서는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면 그 조직을 윤리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연암사 출판사에서 출간한 [컴플라이언스 - 윤리준법경영의 성공 전략]은 이러한 문제에서 출발한다. 이 책에서 컴플라이언스는 법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기준을 지키는 것과 법규 준수에 윤리와 무결성, 책임이라는 가치를 결합하고 이를 조직의 실제 행동으로 만드는 과정까지 포함한다.

컴플라이언스의 핵심은 규정이 얼마나 많은가보다 조직이 그 기준에 따라 실제로 행동할 수 있는가에 있다.

윤리와 컴플라이언스는 왜 필요한가

책의 첫 장은 ‘윤리와 컴플라이언스는 왜 필요한가?’라는 근본적인 문제에서 시작한다. 윤리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경영자의 도덕성 문제로만 생각하면 컴플라이언스 역시 기업의 본래 활동과 떨어져 있는 부수적인 업무로 받아들이기 쉽다.

이 책의 관점은 다르다. 윤리와 컴플라이언스는 조직의 신뢰와 지속적인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며, 비즈니스와 분리해서 생각하기 어렵다고 본다. 그래서 첫 장에서는 ‘윤리는 첫 번째 임무다’라는 주제에서 출발해 컴플라이언스의 의미, 윤리가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지, 컴플라이언스를 가로막는 장애물과 실패의 경고 신호를 차례로 살펴본다.

저자는 윤리적 행동에 대한 명성이 경쟁사와 차별화하는 요소가 될 수 있으며, 컴플라이언스에 높은 가치를 두는 윤리적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설명한다. 윤리와 성과를 서로 대립하는 가치로만 보지 않는 것이다.

법규 준수에서 윤리적 행동으로

컴플라이언스는 기본적으로 법규 준수를 의미한다. 그러나 책이 설명하는 컴플라이언스는 법률에서 정한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하는 것보다 넓은 개념이다. 법규를 준수하면서 적극적으로 윤리적인 행동과 옳은 행동을 추구하는 요소까지 포함한다.

법률은 조직이 지켜야 할 중요한 기준을 제시하지만 기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답을 줄 수는 없다. 법에 명확하게 금지되어 있지 않더라도 조직의 가치와 충돌하는 행동이 있을 수 있고, 단기적인 성과에는 도움이 되더라도 장기적으로 조직의 신뢰를 훼손하는 의사결정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컴플라이언스에서는 ‘법에 위반되는가’와 함께 ‘우리 조직이 이 행동을 허용할 것인가’라는 판단도 중요해진다. 법규 준수를 넘어 조직이 어떤 행동을 옳다고 판단하고 실제로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로 확장되는 것이다.

조직의 기준은 위에서 시작된다

좋은 원칙을 정하는 것만으로 조직의 행동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구성원들은 조직이 선언한 가치와 함께 경영진이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본다. 이 책이 특히 중요하게 다루는 개념이 ‘상부에서의 기조(Tone at the Top)’다. 제2장은 상부의 고결성, 조직의 핵심 가치를 소통하는 방법, 최고경영자가 조직에 어떤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다룬다.

저자는 조직문화가 상위 경영진의 행동을 반영한다고 설명한다. 직원들은 최고경영자가 기업의 사명을 실제로 지지하는지, 재무적 목표만 달성하면 작은 위반은 묵인되는지, 경영진이 윤리 문제에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를 관찰한다.

경영진이 윤리를 강조하면서 실제로는 성과를 위해 위반을 허용한다면 구성원에게 전달되는 진짜 기준은 윤리강령이 아니라 경영진의 행동이다. 컴플라이언스가 최고경영진의 태도에서 시작되는 이유다.

윤리적 의지를 프로그램으로 만들다

경영진의 의지가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조직 전체의 행동을 관리하기는 어렵다. 조직이 커질수록 더 많은 사람이 서로 다른 상황에서 판단하고 행동한다. 구성원 개인의 선의에만 의존해서는 일관된 기준을 유지하기 어렵다. 윤리를 조직의 실제 행동으로 연결하는 제도와 절차가 필요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 책에서 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이다.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은 조직이 지켜야 할 기준을 정하고 이를 구성원에게 알리며, 실제로 준수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위반이 발생했을 때 대응하기 위한 체계를 의미한다.

책은 컴플라이언스의 역사적 발전과 관련 제도의 변화를 살펴보고, 실제 기업의 실패와 재건 사례를 통해 프로그램이 조직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케어마크 사례와 사베인-옥슬리법을 다루고, CA의 회계부정과 이후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다시 구축하는 과정도 자세히 살펴본다. 윤리적 의지를 지속적으로 작동하는 조직의 시스템으로 바꾸는 과정이다.

글로벌 경영은 컴플라이언스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

기업의 활동 범위가 여러 국가로 확대되면 준수해야 할 법률과 규제도 복잡해진다. 책은 이러한 문제를 국제적인 환경으로 확장한다.

해외부패방지법과 관련 사례를 통해 국제적 컴플라이언스의 문제를 살펴보고, 해외에서 기업 컴플라이언스를 실행할 때 직면하는 어려움을 검토한다. 이어 자금세탁의 개념과 관련 법규,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도 다룬다.

기업의 사업영역이 넓어질수록 법을 몰랐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 각 국가에서 적용되는 규제를 이해하면서도 조직 전체에서 일관된 윤리와 준법의 기준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컴플라이언스가 글로벌 기업의 경영 시스템과 연결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좋은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곱 가지 요소

책의 핵심적인 실천 내용은 제9장과 제10장에서 구체화된다. 저자는 효과적인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구축하기 위한 일곱 가지 실행 요소를 제시한다.

컴플라이언스 가이드라인과 절차를 마련하고, 조직의 리더십과 컴플라이언스 문화를 확립해야 한다. 기준과 절차를 구성원에게 교육하고 소통하며 프로그램이 실제로 효과적인지 모니터링하고 감사·평가해야 한다. 성과 인센티브와 징계 조치를 운영하고 범죄행위가 발생하면 적절하게 대응하고 시정해야 한다. 여기에 특정 대상자를 배제하기 위한 합리적인 노력도 포함된다.

중요한 것은 일곱 가지 요소가 각각 독립된 활동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준을 만들었다면 구성원이 알아야 한다. 교육했다면 실제로 지켜지는지 확인해야 한다. 위반이 발견되었다면 대응해야 하고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원인을 찾아 개선해야 한다.

따라서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은 한 번 만들어놓고 보관하는 매뉴얼이 아니다. 기준 설정 → 교육과 소통 → 모니터링과 감사 → 위반 대응 → 시정과 개선이 반복되는 운영체계다.

부정은 개인의 문제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조직에서 부정이 발생하면 부정을 저지른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컴플라이언스의 관점에서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왜 조직은 그 행동을 예방하거나 발견하지 못했는가. 관리자는 어떤 역할을 했는가. 부정행위를 막기 위한 통제는 제대로 작동했는가.

책의 제12장은 에어서비시스 오스트레일리아의 사례를 통해 부정 통제 계획과 부정 예방에서 관리자가 맡아야 할 역할을 살펴보고, 부정 예방과 컴플라이언스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다룬다.

조직의 부정을 개인의 도덕성만으로 설명하면 해결책도 개인에 대한 처벌에 머물기 쉽다.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은 조직 차원에서 부정이 발생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발견하고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데 관심을 둔다. 윤리경영을 개인의 선의에서 조직의 관리 책임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문제를 말할 수 있는 조직인가

책의 마지막 장 제목은 ‘실내의 스컹크’다. 이 장에서는 집단적 사고와 조직 및 개인의 실패를 다루면서 세계적인 수준의 컴플라이언스가 ‘목소리를 내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조직에는 잘못된 의사결정을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문제는 그 사람이 말할 수 있는가이다.

상사의 판단에 반대할 수 있는가. 잘못된 관행을 발견했을 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가. 문제를 말한 사람이 불이익을 받지 않는가.

구성원이 위험을 발견하고도 침묵한다면 정교한 규정과 절차만으로 조직의 실패를 막기는 어렵다. 이 점에서 좋은 컴플라이언스 문화는 모든 구성원이 같은 생각을 하는 문화와 다르다. 잘못된 행동과 위험한 의사결정이 있을 때 누군가 그것을 말할 수 있고, 조직이 그 목소리를 받아들일 수 있는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컴플라이언스는 윤리를 경영 시스템으로 만드는 일이다

[컴플라이언스 - 윤리준법경영의 성공 전략]은 윤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윤리와 준법을 실제 조직에서 어떻게 작동하게 만들 것인지에 더 많은 관심을 둔다. 출발점은 최고경영진이다. 경영진이 행동의 기준을 보여주고 조직의 핵심 가치를 분명하게 전달해야 한다.

그다음에는 제도가 필요하다. 가이드라인과 절차를 만들고 구성원에게 교육하며, 실제 준수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감사해야 한다. 위반에는 일관되게 대응하고 발견된 문제는 시정과 개선으로 연결해야 한다.

마지막에는 조직문화가 남는다. 구성원이 윤리와 준법을 외부에서 강요된 규칙으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실제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잘못된 행동을 발견했을 때 말할 수 있는 환경도 필요하다.

이렇게 보면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은 규정의 집합보다 넓은 의미를 갖는다. 윤리적 가치가 리더의 의지에 머물지 않고 조직 구성원의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경영 시스템이다.

규정을 지키는 것에서 스스로 통제하는 조직으로

기업의 컴플라이언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새로운 규정을 추가하는 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규정을 실제로 지킬 의지가 없다면 제도는 문서에 머문다. 경영진이 다른 기준으로 행동하거나 실적을 위해 위반을 묵인한다면 구성원 역시 조직이 진정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린다. 결국 컴플라이언스는 규정의 문제인 동시에 리더십과 조직문화의 문제다.

[컴플라이언스 - 윤리준법경영의 성공 전략]이 상부에서의 기조를 강조하고, 실제 기업의 실패와 재건을 살펴보며, 일곱 가지 실행 요소와 부정 예방, 문제를 말하는 조직까지 논의를 이어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컴플라이언스의 목적은 구성원을 규정으로 통제하는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스스로 행동의 기준을 만들고 그 기준을 지키며, 위험한 행동을 발견하고 잘못을 수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데 있다.

[컴플라이언스 - 윤리준법경영의 성공 전략]은 법규를 준수하는 방법과 윤리와 무결성, 책임이라는 가치를 어떻게 조직의 실제 행동으로 옮길 것인지를 다룬다. 그 출발점이 최고경영진이 만드는 ‘상부에서의 기조’이며, 이를 가이드라인과 교육, 의사소통, 모니터링과 감사, 인센티브와 징계, 위반에 대한 대응과 시정으로 연결하는 것이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이다.

기업의 실패 사례와 국제적 규제, 부정 예방과 조직문화까지 이어지는 논의를 따라가다 보면 컴플라이언스의 의미도 분명해진다. 컴플라이언스는 규정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윤리와 준법이 조직 안에서 지속적으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경영 시스템이다. © 연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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