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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윤리를 관리한다는 것


기업에서 비윤리적인 행동이 발생하면 흔히 그 행동을 한 개인에게서 원인을 찾는다. 정직하지 못한 사람이 잘못된 선택을 했거나 개인의 탐욕과 도덕성 부족이 문제를 일으켰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윤리적인 사람을 채용하고 구성원에게 올바르게 행동하라고 요구하면 기업의 윤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린다 트레비노와 캐서린 넬슨의 [기업윤리 가이드]는 기업윤리를 개인의 성품만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원서 제목은 [Managing Business Ethics: Straight Talk about How to Do It Right]이다. 제목 그대로 이 책의 핵심은 기업윤리를 ‘관리한다’는 데 있다.

조직에서 사람의 행동은 개인의 가치관과 판단뿐 아니라 리더십과 조직문화, 목표와 보상, 동료집단의 규범, 권한과 역할의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윤리적인 기업을 만들려면 개인이 올바르게 판단하도록 돕는 동시에 윤리적인 행동이 가능하도록 조직의 환경을 설계해야 한다.

윤리적인 행동은 판단에서 시작된다

책은 먼저 개인의 윤리적 의사결정을 살펴본다. 무엇이 옳은지 판단하기 위한 규범적 접근과 함께 사람들이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하는지를 심리학의 관점에서 다룬다. 두 접근을 함께 살펴보는 이유는, 윤리적 판단에는 무엇이 옳은지 생각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지만 기준을 알고 있다고 해서 언제나 그 기준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은 필요한 사실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을 수 있고 자신의 행동을 유리하게 해석할 수도 있다. 무의식적인 편향과 감정이 판단에 영향을 주며, 자신이 하는 행동에 윤리적인 문제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기도 한다.

책은 이러한 문제를 추상적인 이론에 머물게 하지 않는다. 희롱과 차별, 이해상충, 고객 신뢰, 회사 자원의 사용, 내부고발처럼 실제 직장에서 마주할 수 있는 상황으로 논의를 확장한다.

기업윤리는 대규모 부정이나 스캔들이 발생했을 때 갑자기 등장하는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이 일상적인 업무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행동하는가의 문제에서 시작된다.

조직은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개인의 윤리적 판단을 살펴본 책은 조직으로 시선을 옮긴다. 여기에서 [기업윤리 가이드]의 중요한 관점이 드러난다.

사람은 조직과 분리되어 행동하지 않는다. 회사가 무엇을 목표로 제시하는지, 어떤 행동을 성과로 인정하는지, 상사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지, 동료들이 어떤 행동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지가 구성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목표와 보상은 강력한 신호가 된다. 조직이 윤리를 강조하면서도 결과만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높은 성과를 낸 사람의 잘못된 행동을 묵인한다면 구성원은 공식적인 윤리 메시지보다 실제 보상체계를 보고 행동할 가능성이 커진다.

집단의 규범과 권위도 중요하다. “모두 그렇게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개인은 평소 받아들이지 않았을 행동도 조직에서 허용되는 관행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상사의 지시, 조직에서 맡은 역할, 집단 안에서 분산되는 책임 역시 개인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기업의 윤리 문제를 몇몇 ‘나쁜 사람’의 문제로만 설명해서는 조직에서 비윤리적인 행동이 만들어지고 반복되는 과정을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다.

윤리적인 문화는 조직의 여러 시스템이 함께 만든다

조직문화는 추상적인 분위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책은 윤리 문화를 공식 시스템과 비공식 시스템이 함께 작동하는 구조로 설명한다.

공식 시스템에는 리더십, 인재 선발, 가치와 사명 선언, 정책과 윤리강령, 교육훈련, 성과관리, 권한구조와 의사결정 과정 등이 포함된다. 비공식 시스템도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조직에서 누가 역할모델로 인정받는지, 어떤 행동이 관행으로 받아들여지는지, 어떤 이야기와 언어가 반복되는지를 통해 구성원은 조직이 실제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배운다.

문제는 공식 시스템과 비공식 시스템이 서로 다른 메시지를 보낼 때 발생한다. 윤리강령에는 문제를 보고하라고 적혀 있지만 실제로 문제를 제기한 직원이 불이익을 받는다면 구성원은 공식적인 규정보다 조직의 실제 행동을 신뢰하게 된다.

윤리적인 문화를 만들려면 윤리강령 하나를 제정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리더십과 정책, 교육과 의사소통, 목표와 보상, 조직의 관행이 서로 같은 윤리적 메시지를 보내도록 정렬해야 한다.

기업윤리는 관리시스템의 문제가 된다

책은 조직문화를 살펴본 뒤 윤리와 컴플라이언스를 관리하는 구체적인 시스템으로 들어간다. 윤리관리 조직과 윤리·컴플라이언스 책임자, 윤리위원회, 윤리강령, 의사소통과 문제보고 시스템, 보상체계, 윤리 프로그램의 평가 등을 다룬다.

여기에서 기업윤리는 개인의 양심에 대한 요구에서 조직관리의 문제로 확장된다. 특히 관리자에게 중요한 역할이 주어진다. 관리자는 업무를 배정하고 목표를 설정하며 성과를 평가한다. 직원을 보상하거나 징계하고 일상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조직이 실제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관리자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지가 중요한 이유다. 윤리적인 행동을 강조하면서 비윤리적인 방법으로 높은 성과를 낸 사람을 보상한다면 구성원에게 전달되는 실제 메시지는 분명해진다. 따라서 관리자는 자신이 윤리적으로 행동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구성원이 윤리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윤리를 관리한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윤리적으로 행동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윤리적인 행동을 장려하고 비윤리적인 행동을 억제하도록 조직의 시스템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것이다.

기업의 윤리는 조직 밖으로 이어진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기업윤리를 사회적 책임과 이해관계자의 문제로 확장한다. 기업의 경제적·법적·윤리적·자선적 책임을 살펴보고 소비자, 직원, 주주, 지역사회와의 관계를 다룬다. 환경적 지속가능성과 글로벌 비즈니스에서의 윤리 문제도 포함한다.

이러한 구성은 앞선 논의와 분리되어 있지 않다. 기업 내부에서 구성원의 행동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결국 기업이라는 조직이 외부 이해관계자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와 연결된다.

소비자에게 어떤 정보를 제공할 것인지, 직원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 제품 안전을 어느 수준까지 책임질 것인지, 주주와 지역사회에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 역시 기업의 선택과 행동이다.

글로벌 환경에서는 서로 다른 문화와 규범 사이에서 어떤 기준을 유지할 것인지도 판단해야 한다. 개인의 윤리적 판단에서 시작한 책이 조직문화와 관리시스템을 거쳐 기업과 사회의 관계로 확장되는 것이다.

윤리적인 조직은 좋은 사람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기업윤리 가이드]에는 2008년 금융위기를 비롯해 책이 집필된 시대를 보여주는 여러 사례가 등장한다. 그러나 이 책의 중심 문제는 특정한 기업 스캔들에 머물지 않는다.

사람들은 왜 조직 안에서 비윤리적인 행동을 하는가. 개인의 윤리적 판단은 어떤 심리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가. 목표와 보상, 동료의 행동과 상사의 권위는 사람의 선택을 어떻게 바꾸는가. 조직문화와 윤리·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은 어떤 방식으로 설계해야 하는가. 관리자는 구성원에게 어떤 행동이 실제로 중요하다는 신호를 보내는가.

이러한 문제를 통해 책이 보여주는 것은 개인과 조직의 관계다. 기업에서 윤리는 결국 사람의 행동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그 행동을 개인의 양심에만 맡겨둘 수는 없다. 윤리적인 개인이 필요하다. 동시에 그 사람이 올바른 판단을 내리고 행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리더십과 문화, 목표와 보상, 제도와 의사소통도 필요하다.

[기업윤리 가이드]에서 ‘기업윤리를 관리한다’는 것은 윤리를 통제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사람들이 윤리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가능성을 높이도록 조직의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좋은 사람을 채용하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윤리적인 조직을 만들려면 그다음이 더 중요하다.

조직이 무엇을 요구하고, 무엇을 보상하며, 무엇을 용인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기업의 윤리는 선언된 가치보다 구성원이 매일 경험하는 조직의 실제 모습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 연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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