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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과 능력은 어떻게 성과로 이어지는가

뛰어난 재능과 능력을 갖추고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성과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비슷한 능력을 가진 사람도 어떤 사람은 오랫동안 신뢰를 얻으며 성장하고, 어떤 사람은 자신의 잠재력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에 머문다. 큰 성공을 이루고도 결국 자신이 가진 문제로 모든 것을 잃는 경우도 있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생기는가. 헨리 클라우드의 [인테그리티, 성과를 만드는 성품의 힘]은 그 원인을 사람의 내면에서 찾는다. 지능과 재능, 전문적인 능력과 기술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는 과정에는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성품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헨리 클라우드는 이를 ‘인테그리티(integrity)’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인테그리티는 흔히 정직이나 도덕성으로 이해된다. 이 책에서도 윤리와 정직은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클라우드가 말하는 인테그리티는 그보다 넓다. 사람이 자신의 재능과 능력을 현실에서 제대로 발휘하고,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어려움을 받아들이고 성장하여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게 하는 통합된 성품을 가리킨다. [인테그리티, 성과를 만드는 성품의 힘]은 성공을 위한 새로운 기술보다 그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들여다보는 책이다. 능력이 있는데도 성과를 내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성과를 높이려 할 때 우리는 먼저 지식과 기술을 생각한다. 부족한 지식을 배우고, 필요한 기술을 익히고, 더 좋은 전략과 방법을 찾는다. 이러한 능력은 중요하다. 그러나 헨리 클라우드는 능력만으로 성과를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고 본다. 같은 전문성과 지식을 갖춘 사람도 현실을 바라보는 방식과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 어려움에 대응하는 방식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인테그리티, 성과를 만드는 성품의 힘]은 성품이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 사람이 빠질 수 있는 모습을 세 가지로 설명한다. 자신의 능력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에 머물면서 더 발전하지 못할 수 있다. 장애물을 만났을 때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좌절할 수도 있다. 뛰어난 능력으...

좋은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하는가의 문제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어른이 된다. 그러나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삶에서 마주하는 문제를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하는지까지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을 한다. 자신의 이익을 먼저 생각해야 할 때도 있고 다른 사람의 입장을 고려해야 할 때도 있다. 잘못된 행동이라는 사실이 분명한 경우도 있지만, 무엇이 더 나은 선택인지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도 있다. 왕따, 직장 내 갑질, 차별과 혐오 같은 문제도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이러한 문제는 특별한 누군가의 행동으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사람들이 어떤 태도를 취하고 어떤 선택을 하는가와 연결되어 있다. 김혜영 저자의 [이제 좋은 어른이 될 시간]은 이러한 일상의 문제에서 윤리가 왜 필요한지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윤리를 어렵고 추상적인 철학에 머물게 하지 않고, 우리가 실제 삶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의 문제로 가져온다. 어른에게는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어른이 되면서 달라지는 것 가운데 하나는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해야 하는 일이 많아진다는 점이다. 누군가 정해준 답을 따르는 것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 늘어난다. 자신의 선택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그 선택의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할 때도 있다. 문제는 우리가 이러한 판단을 충분히 배우고 연습한 뒤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데 있다. [이제 좋은 어른이 될 시간]은 ‘어쩌다 보니 어른이 되어버린’ 사람들에게 성찰과 공감, 윤리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제시한다. 책에서 윤리는 특별히 어려운 도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식에 머물지 않는다. 자신과 다른 사람의 관계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부당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생각하기 위한 기준이 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이 스스로 선택해야 하는 일이 많아지는 과정이라면, 윤리는 그 선택을 어떻게 할 것인가와 연결된다. 윤리는 일상에...

자연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

시에서 자연은 오래되고 익숙한 소재다. 산과 들, 나무와 꽃, 하늘과 바람은 수많은 시에 등장한다. 그러나 시인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옮겨놓지 않는다. 같은 자연도 어떤 시에서는 화해와 평안의 공간으로 나타나고, 다른 시에서는 차갑고 메마른 공간으로 나타난다. 자연의 모습이 달라지는 것은 시인이 자연을 바라보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시인은 자연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투영하고, 자신이 가진 세계관에 따라 자연에 의미를 부여한다. 따라서 시에 나타난 자연 이미지를 읽는 일은 그 자연을 바라본 시인의 시선과 사유를 함께 읽는 일이 된다. 금동철 교수의 [낙원과 결핍]은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 현대 서정시를 읽는 책이다. 박두진, 박목월, 김현승, 정지용의 작품 가운데 기독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시편들을 살펴보면서 자연 이미지에 나타난 시인의 자연관을 탐구한다. 그 과정에서 발견되는 중요한 두 모습이 ‘낙원’과 ‘결핍’이다. 자연 이미지는 시인의 자연관을 드러낸다 시에 자연이 등장한다고 해서 모두 같은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나무 한 그루도 시에 따라 생명과 평안을 나타낼 수 있고, 고독이나 메마름을 보여주는 이미지가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자연물이 무엇인가보다 시인이 그것을 어떤 모습으로 바라보고 표현했는가이다. [낙원과 결핍]은 이 관점에서 자연 이미지와 자연관의 관계를 살펴본다. 시는 언어를 통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시인이 선택한 자연과 그것을 묘사하는 방식에는 자연을 바라보는 시인의 태도가 담긴다. 자연 이미지가 반복되고 서로 관계를 이루면서 한 시인의 자연관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 책이 자연을 중심으로 한국 현대 서정시를 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연을 단순한 배경이나 소재로 보지 않고 시인의 세계관이 구체적인 이미지로 나타나는 공간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어떤 자연을 그리고 있는지, 그 자연은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시적 자아는 그 자연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작품의 의미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김현승을 통해 기독교적 서정시를 읽다

한 시인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려면 그가 무엇을 바라보았는지만큼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바라보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같은 자연과 인간, 삶과 죽음을 마주하더라도 시인이 가진 세계관에 따라 그것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방식은 달라진다. 김현승 시인의 시에서 이러한 세계관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 가운데 하나가 기독교다. 김현승은 자신의 시세계에서 기독교적 사유를 지속적으로 드러낸 시인이다. 어린 시절부터 형성된 기독교적 경험과 사유는 그가 인간과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에 영향을 미쳤으며, 그의 시세계에서도 중요한 정신적 배경으로 작용했다. 금동철 교수의 [김현승의 시세계와 기독교적 상상력]은 이러한 관계를 본격적으로 탐구하는 책이다. 김현승의 시에 기독교적 소재나 표현이 얼마나 많이 등장하는지를 확인하는 데 머물지 않고, 기독교적 세계관이 그의 시적 사유와 상상력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살펴본다. 김현승의 시를 이해하기 위해 기독교적 상상력의 관점에서 시를 읽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인의 세계관은 시를 이해하는 하나의 열쇠다 시는 시인의 삶을 그대로 옮겨놓은 기록이 아니다. 작품을 시인의 종교나 생애만으로 설명할 수도 없다. 그러나 시인이 오랫동안 형성해온 사유 방식과 세계관은 그가 무엇을 중요하게 바라보고 그것을 어떤 이미지와 언어로 표현하는지에 영향을 미친다. 김현승에게 기독교적 세계관은 이러한 의미를 가진다. 김현승은 기독교적 환경에서 성장했고, 그 경험은 그의 사유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다. 그의 시세계와 시론을 기독교적 관점에서 살펴보는 일은 단순히 시인의 종교적 배경을 확인하는 작업과는 다르다. 그가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이 어떻게 시적 언어와 상상력으로 이어졌는지를 밝히는 과정이다. 이러한 접근은 김현승의 작품을 읽는 방식에도 차이를 만든다. 시에 나타나는 이미지와 주제를 각각의 표현으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어떤 사유의 바탕에서 형성되고 서로 어떤 관계를 이루는지를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기독교적 세계관은 어떻게 시가 되...

예수를 철학자로 읽는다는 것

예수는 일반적으로 철학자보다 종교적 인물로 이해된다. 그의 생애와 가르침은 기독교 신앙의 중심을 이루며, 서양의 역사와 문화에도 오랫동안 영향을 미쳐왔다. 반면 철학자를 이야기할 때에는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처럼 철학사에서 다루어온 인물들을 먼저 떠올린다. 그렇다면 예수를 철학자로도 읽을 수 있을까. 더글러스 그루타이스의 [철학자 예수]는 이 문제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예수를 단순히 철학적 의미를 지닌 종교적 인물로 바라보는 데 머물지 않는다. 예수가 이성과 논증을 사용했으며, 실재란 무엇인지, 인간은 진리를 어떻게 알 수 있는지,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와 같은 철학의 근본 문제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제시했다고 본다. 따라서 이 책의 관심은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의 말과 논증을 철학의 관점에서 검토하고, 그 안에서 하나의 철학적 세계관을 발견하는 데 있다. 신앙과 이성은 서로 대립하는가 예수를 철학자로 바라보는 일이 낯설게 느껴지는 데에는 종교와 철학을 구분하는 익숙한 방식이 자리하고 있다. 종교는 신앙과 계시의 영역이고 철학은 이성과 논증의 영역이라는 구분이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종교적 믿음이 이성적 검토와 거리가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고, 예수를 철학자로 다루는 시도 역시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구분에 동의하지 않는다. [철학자 예수]에서 특히 중요한 부분이 예수의 ‘논증 사용’을 별도의 장으로 다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저자는 예수가 사람들에게 아무런 근거 없이 자신의 말을 받아들이라고 요구한 인물이 아니라, 질문하고 반박하며 증거와 추론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전개했다고 설명한다. 이 관점에서 예수의 가르침을 읽으면 관심의 대상도 달라진다. 무엇을 믿으라고 말했는지만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그 주장을 어떤 방식으로 설명했는지, 반대 의견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논리를 사용했는지를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저자에게 이성적 사고와 신앙은 서로 배제되는 두 영역이 아니다. 오히려 예수의 가르침을 제대로 이해하려...

투자에서 자신을 아는 것이 중요한 이유

투자를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시장을 공부하게 된다. 주가가 오를지 떨어질지 전망하고, 어떤 자산에 투자해야 하는지 비교한다. 경제 상황과 금리의 변화를 살피고 전문가의 분석도 찾아본다. 좋은 투자 결과를 얻으려면 시장에 대해 많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을 아는 것만큼 중요한 문제가 있다. 바로 투자자 자신을 아는 일이다. 윌리엄 번스타인의 [투자자 불패본능의 법칙]은 투자에서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이해하는 일이 왜 중요한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자신이 어느 정도의 손실을 견딜 수 있는지, 부채가 자신의 재산에 어떤 위험을 더하는지, 자산가격 상승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지, 전문가의 판단에 얼마나 의존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게 한다. 이 책의 문제의식을 이해하는 중요한 배경은 2008~2009년 금융위기다. 금융시장의 급격한 붕괴는 투자자들이 당연하게 생각했던 여러 믿음을 흔들었다. 번스타인은 이 경험을 통해 특정한 위기에서 살아남는 투자기법보다 투자자가 평소 자신의 위험과 능력을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생각하는 것만큼 위험을 견딜 수 있는가 투자에서 수익과 위험은 함께 움직인다. 높은 수익을 기대한다면 그에 따르는 위험도 받아들여야 한다. 이 원칙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어려운 것은 실제 손실이 발생했을 때 자신이 그 위험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를 아는 일이다. 시장이 안정적이고 자산가격이 상승할 때에는 자신을 공격적인 투자자라고 생각하기 쉽다. 장기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니 일시적인 가격 하락 정도는 충분히 견딜 수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실제로 시장이 크게 하락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손실이 커질수록 더 큰 손실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고, 시장과 경제에 관한 비관적인 전망도 늘어난다. 평소에는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위험이 현실의 손실로 나타나는 순간 투자자의 행동도 달라질 수 있다. 윌리엄 번스타인이 금융위기에서 주목한 첫 번째 교훈이 바로 이것이다. “우리는 생각하는 것만큼 용감하지 않다.” 그는...

투자에서 비용과 시간이 중요한 이유

투자자는 더 나은 수익을 얻기 위해 좋은 종목을 찾고 시장의 방향을 예측하려 한다. 전문가의 전망을 확인하고 새로운 정보가 나올 때마다 투자 판단을 다시 검토하기도 한다. 더 많은 정보와 더 빠른 판단이 더 높은 수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존 보글의 [뮤추얼 펀드 상식]은 투자에서 조금 다른 문제를 바라본다. 투자자가 시장에서 얻는 수익만큼이나 그 과정에서 부담하는 비용이 중요하며, 작은 비용의 차이도 오랜 시간 누적되면 최종적인 투자 성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뱅가드 그룹을 창립한 보글은 시장을 끊임없이 예측하고 더 좋은 투자 대상을 찾아 움직이는 대신, 비용을 낮추고 장기간 시장에 참여하는 투자 원칙을 강조한다. [뮤추얼 펀드 상식]은 인덱스 펀드를 중심으로 이러한 원칙이 왜 중요한지를 설명하는 책이다. 투자 수익에서 비용을 빼고 생각할 수 없다 투자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은 대개 수익률이다. 어떤 종목이 오를지, 어떤 산업이 성장할지, 어느 시점에 사고팔아야 할지를 판단해 더 높은 수익을 얻으려 한다. 존 보글은 투자자가 실제로 가져가는 수익을 이해하려면 수익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빠져나가는 비용도 함께 살펴야 한다고 강조한다. 펀드를 운용하는 데에는 운용보수와 각종 수수료가 발생하고, 빈번한 매매에도 비용이 따른다. 각각의 비용은 크지 않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투자 기간이 길어지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은 투자자의 최종 성과에 계속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관점에서 투자자에게 중요한 문제는 시장에서 얼마나 높은 수익이 발생했는가에만 있지 않다. 그 수익 가운데 비용을 제외하고 실제로 얼마가 투자자의 몫으로 남는지도 중요하다. 존 보글이 낮은 비용을 장기투자의 핵심 원칙으로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장을 이기려는 투자에는 비용이 따른다 시장보다 높은 수익을 얻으려면 어떤 종목이 앞으로 오를지 판단하고 적절한 매수와 매도 시점을 선택해야 한다. 시장 상황이 달라질 때마다 기존 판단도 다시 검토해야 한다. ...

누구도 지휘하지 않는 시장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우리가 사용하는 연필 한 자루를 만드는 데에도 나무와 흑연, 금속과 고무를 생산하는 사람부터 이를 가공하고 운송하고 판매하는 사람까지 수많은 사람이 참여한다. 이들은 대부분 서로를 알지 못하며 누군가 전체 과정을 하나하나 지휘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필요한 자원은 이동하고 상품은 만들어져 소비자에게 도착한다. 시장경제에는 이처럼 중앙에서 모든 것을 계획하지 않아도 수많은 사람의 선택과 행동이 서로 조정되는 질서가 존재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가격이다. 러셀 로버츠의 [가격의 비밀]은 가격이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개별적인 선택들이 어떻게 하나의 경제 질서를 만들어내는지를 소설로 설명하는 책이다. 스탠퍼드대학교 학생이자 테니스 선수인 라몬 페르난데스가 경제학 교수 루스 리버와 대화를 나누며 자신이 당연하게 생각했던 가격과 기업, 시장을 새롭게 이해해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가격이라는 익숙한 숫자 뒤에서 움직이는 시장의 원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가격은 단순히 물건에 붙어 있는 숫자가 아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끊임없이 가격을 만난다. 물건을 살 때 가격을 비교하고, 가격이 오르면 구매량을 줄이거나 다른 상품을 찾는다. 기업 역시 원료와 인건비, 판매가격의 변화에 따라 생산량과 투자 계획을 조정한다. 이렇게 보면 가격은 단순히 상품의 값이 아니다. 시장에 흩어져 있는 정보를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각자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신호의 역할을 한다. 어떤 상품의 가격이 상승하면 소비자는 그 상품을 계속 구매할 것인지, 사용량을 줄일 것인지, 대체재를 찾을 것인지 판단한다. 생산자는 생산을 늘릴 수 있는지 검토하고 새로운 사업자는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을 살핀다. 가격이 내려가면 또 다른 선택이 이루어진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누군가 모든 소비자와 생산자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지시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정보와 상황을 바탕으로 가격 변화에 반응하고, 그 수많은 판단이 서로 연결되면서 자원이 어디에 더 필요하고 어디에는 덜...

시장은 이기심만으로 움직이는가

우리는 시장에서 수많은 사람과 연결되어 살아간다. 아침에 마시는 커피에서 자동차와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일상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상품과 서비스는 서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필요와 이익을 좇아 생산하고 거래한 결과다. 누구도 이 거대한 과정을 하나하나 지시하지 않지만 시장에서는 가격과 경쟁, 선택을 통해 수많은 경제활동이 조정된다. 그렇다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시장에서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기업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사회에 어떤 의미가 있으며, 시장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정부는 어디까지 개입해야 할까. 러셀 로버츠의 [보이지 않는 마음(The Invisible Heart)]은 이러한 경제학의 오래된 문제를 경제이론서가 아니라 소설로 풀어낸 책이다. 워싱턴 D.C.의 사립학교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샘 고든과 문학을 가르치는 로라 실버가 서로에게 끌리면서 벌이는 논쟁을 따라가다 보면 기업의 목적과 책임, 경쟁, 소비자 보호, 복지와 자선, 화폐가치와 인플레이션, 정부 규제와 경제정책 같은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으로 들어온다. 저자 러셀 로버츠 역시 이 책이 경제와 기업, 공공정책을 소설의 형식으로 바라보는 작품이라고 소개한다. 경제학자와 문학 교사가 사랑에 빠지다 샘과 로라는 같은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상당히 다르다. 샘은 자유시장경제를 신뢰한다. 기업이 이익을 추구하고 사람들이 자신의 선택에 따라 거래하며 기업들이 경쟁하는 과정에서 사회에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좋은 의도로 시장에 개입하더라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 문학을 가르치는 로라는 다른 곳을 바라본다. 시장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사람만큼 그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관심을 갖는다. 기업의 이익 추구가 소비자와 노동자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을 우려하고, 시장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에서는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원서의 공식 소개 역시 두...

회계 숫자가 기업의 진실을 말해주는가

회계 숫자는 객관적으로 보인다. 매출과 비용, 이익과 자산은 숫자로 기록되고 재무제표는 기업의 경영 성과와 재무 상태를 보여준다. 그러나 그 숫자를 만드는 것도, 해석하고 사용하는 것도 사람이다. 같은 회계정보라도 어떤 판단과 의도가 개입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현실을 제대로 보여줄 수도 있고 때로는 현실을 가릴 수도 있다. 하야시 아츠무의 [캐쉬플로우] 시리즈는 이러한 회계의 두 얼굴에서 출발한다. 회계 원리와 계산 방법을 차례대로 가르치기보다 위기에 빠진 기업과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회계가 실제 경영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회계 노하우나 전문적인 영문 용어의 설명보다 이야기 형식을 통해 회계의 본질과 경영에서의 활용을 전달하고자 했다. 회계는 특정 부서나 전문가만의 업무가 아니라 회사의 모든 활동과 연결되어 있으며, 기업을 경영하는 데 필요한 중요한 판단 도구라는 생각이 이 시리즈의 바탕에 놓여 있다. 기업의 이야기 속에서 회계를 배우다 회계의 개념과 원리를 아는 것과 그 지식을 실제 경영에 적용하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다. 재무제표의 구조와 회계처리 방법을 배웠다고 해서 기업에서 숫자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그 숫자를 경영자가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까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은 아니다. [캐쉬플로우]는 이 간극을 기업소설이라는 형식으로 메운다. 이야기의 무대는 경영난에 빠진 전자부품 제조사 제이피다. 주인공 단 다츠야는 회사가 처한 문제와 부딪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회계를 이용해 기업을 다시 일으키려 한다. 독자는 그의 경험을 따라가며 기업에서 사건이 발생하고, 사람들이 판단하고 행동하며, 그 결과가 회계 숫자에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살펴보게 된다. 작품에 등장하는 부정회계 역시 단순히 이야기에 긴장감을 더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저자는 작품에 등장하는 부정의 방법을 실제 사건을 토대로 구성했으며, 순환거래의 사례에는 자신이 회계사로 일하면서 경험한 내용도 반영했다고 설명한다. 많은 회계부정이 처음부터 악의를 가지고 계획되...